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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가 읽어주는 3분뉴스

E.09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

2019.02.14 120 5
진행자
리암 카피 에디터 홀리 카피 에디터
KOREA JOONGANG DAILY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

‘천황께서 조선 반도의 청소년 학도에게 내린 칙유(勅諭ㆍ왕의 포고문)에 대한 황국신민으로서의 소감을 쓰라.’ 시험지를 들여다보던 열여덟 살 학생은 단 두 줄을 적었다. ‘나는 황국신민이 아님. 따라서 소감이 없음.’ 일제강점기였던 1940년 서울 동성상업학교 을조(소신학교) 졸업반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는 나중에 가톨릭 사제가 됐다. 오는 16일로 선종 10주년을 맞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다.

“Write your thoughts as a subject of the empire about the emperor’s order to young students in the Joseon Peninsula.” An 18-year-old student read the question and wrote two sentences. “I am not a subject of the empire. Therefore, I have no thoughts on it.” This was at Seoul’s Dongseong School in 1940. The boy later became a Catholic priest: He is the late Cardinal Stephen Kim Sou-hwan, who passed away 10 years ago on Feb. 16.

사제가 되고 나서 독일에 유학했던 시절, 그는 ‘교회의 사회 참여’라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62~65년) 정신에 감화됐다. 민주화에 힘을 보탠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만들어 박정희 대통령에게 비상대권을 부여하려던 71년 말이었다. KBS가 전국에 생중계한 성탄 자정 미사에서 그는 강론 원고에 없던 말을 꺼냈다. “정부와 여당 국회의원 제위에게 상당수 국민의 양심을 대신해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국가보위 특별조치법의 입법이 필요불가결의 것이라고 양심적으로 확신하고 계십니까.” TV를 보다 화들짝 놀란 박 대통령은 생중계를 끊으라고 지시했다. 87년 6월 경찰이 명동 성당에 진입해 시위 대학생들을 연행하려 할 때 “먼저 나를 밟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라고 했던 건 유명한 일화다.

After he became a priest and studied in Germany, he was influenced by the second Vatican Council’s spirit of “social participation of the Church.” That is why he supported the democratization movement in the 1970s and ’80s. In late 1971, military general-turned-president Park Chung Hee attempted to legislate the Act on Special Measures for the National Security to grant himself emergency authority. In a Christmas mass broadcast live nationwide on KBS, Cardinal Kim went off-script. “I want to ask the government and ruling party lawmakers in the name of the conscience of most citizens. Do you really have a conscious conviction that legislation of the Act on Special Measures for the National Security is necessary and indispensable?”

김 추기경은 세상에 많은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상황에서 새겨들어야 할 말씀도 많다. “개혁에 대해 사람들이 왜 걱정하는지 진지하게 헤아려 보고 신속ㆍ현명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국민 절대다수가 지지하는 것으로 과신, 모든 것이 잘 되어가는 줄로 알아서는 안 됩니다.…(중략)…많은 이들이 개혁을 지지하면서 동시에 염려합니다. 이들은 대통령이나 그 측근이 너무 자신만만하여 중대한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리고 있어 결국 국민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걱정하는 것입니다.”(93년 9월 한국발전연구원 초청 강연)

President Park was startled while he was watching the television and ordered the live broadcast to be cut. When riot police tried to enter Myeongdong Cathedral to capture student activists in June 1987, he famously said, “You will have to trample me first.”
Cardinal Kim sent many messages to the world, and many of them are still relevant today. “You need to contemplate why people are worried about reform. You must act wisely and promptly. You should not be confident that the majority of the people are supporting you and everything is going well. Many people are backing reform but are wary at the same time. They are concerned that the president or his staff are too confident and make important decisions unilaterally. The people are growing anxious,” he said during a lecture to the Korea Institute of Development in September 1993.

“…한 가지만이 절대적인 것도 아니며 절대적일 수도 없습니다.…어떤 문제라도 서로가 서로를 존중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고, 대화할 때 나의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주입하려 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김수환 추기경 잠언집 『바보가 바보들에게』 2권)

Cardinal Kim once said, “No one thing is absolute and can be absolute. We need to respect each other on every issue. Rather than presenting our own ideas to others, we need to listen to others sufficiently.”

각계 인사 131명과 함께 한 ‘2005 희망 제안’을 통해서는 “보수와 진보로 양극화된 사회를 통합하고 실업자들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자”고 했다. 만일 지금 김 추기경 같은 큰 어른이 있어 이런 말씀들을 다시 한다면 어땠을까. 새삼 그가 떠난 자리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At the 2005 Proposals of Hopes, with 131 figures in various fields, Cardinal Kim suggested the idea of unifying a divided society of the conservatives and liberals and creating jobs for the unemployed. How would it be if there were an elder like him today to share such words? I find his absence to be particularly la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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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소개
리암 (카피 에디터)
뉴욕 브루클린 출신. 한국 생활 2년 차. 떡볶이와 김밥을 좋아함. 현재 코리아중앙데일리 카피 에디터로 근무 중. 미국에서도 라디오를 해 본 경험이 있어서 한국에서 ‘뉴요커가 읽어주는 3분 뉴스’ 진행하게 된 걸 신나하고 있음.

홀리 (카피 에디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라고 영국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음. 2016년 여름 한국에 왔으며, IT 회사와 교육 관련 회사를 거쳐 현재 코리아중앙데일리 카피 에디터로 일하는 중. 여가 시간엔 여행을 하고, 반려견 '콩(Kong)'이와 노는 걸 제일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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