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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난 영혼 팔지 않았다"…5시간 전엔 왜

중앙일보 2012.11.26 01:21 종합 8면 지면보기


23일 오후 3시40분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서울 공평동의 선거 캠프를 나섰다. 인근 종로경찰서에서 대선 후보 등록을 위한 필수 서류인 범죄경력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서였다. 캠프 안팎에선 “대선 완주에 대한 의지 표현”이란 해석이 돌았다. 그러나 그 순간에 그는 한편에는 사퇴 카드를 숨기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는 범죄경력증명서를 뗀 지 4시간40분 뒤인 오후 8시20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직을 내려놓았다. 조광희 전 비서실장은 트위터에 “안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장으로 가기 직전 참모들에게 ‘제가 대통령 후보로서도 영혼을 팔지 않았으니, 앞으로 살면서 어떤 경우에도 영혼을 팔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안, 사퇴 직전 “난 영혼 팔지 않았다”
5시간 전 후보등록 서류도 뗐는데 … 느닷없는 하차 선언 왜



 ① ‘특사 회동’ 실패=후보 사퇴 전에 있었던 일은 양측 특사회동(문 측 이인영, 안 측 박선숙) 결렬이다. 23일 오전 안씨는 문재인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협상 전권을 가진 대리인 협상을 통해 난맥을 풀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정오부터 ‘단일화 특사’ 협상이 진행됐다.



 그러나 안씨는 문 후보 측이 “이인영 선대위원장을 보내겠다”는 뜻을 전달하자 실망했다고 한다. 전권을 가진 ‘특사’로 보긴 어려운 인물이었다는 주장이다. 안씨 참모들은 이를 “우린 양보 의사가 없다”는 문 후보의 최후통첩으로 봤다.



 실제 협상은 꼬였다. ‘가상대결+지지도’(안 측), ‘가상대결+적합도’(문 측)를 놓고 4시간 동안 공방이 이어졌다. 특사 회동이 교착되던 시점에 그는 종로경찰서에 서류를 떼러 갔다. 협상이 결렬됐다는 보고는 오후 4시 전후해 받게 됐다. 그는 이때부터 사퇴 결심을 굳히고 사퇴선언문 작성에 들어갔다고 한다.



 협상 결렬 전후 참모들 의견은 ‘독자출마파’와 ‘선(先) 등록, 후(後) 추가협상파’로 나뉘었다고 한다. 안씨는 그러나 “후보 등록 전 단일후보를 내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안씨 핵심 측근은 “출마를 강행했다면 3등이 될 게 뻔했고, 후보 등록을 했다면 ‘안철수’는 명분을 잃어 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어차피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고 불투명한 ‘도박’을 할 바에야 차라리 ‘훗날’을 선택한 것이란 얘기다. 이미 단일화 과정의 상처가 깊어 가고 있음을 인식했을 수도 있다.



 ② ‘양보론’ 오간 문·안 담판=22일 후보 간 담판회동도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21일 오후 11시부터 이날 오전 1시까지 TV토론을 벌인 뒤 두 후보는 모처에서 독대를 했다. 이 자리에선 두 사람이 서로 ‘양보론’까지 제기했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길 후보가 누구냐를 놓고 서로 입장을 굽히지 않았던 것이다. 두 사람이 당초 단일화 방법으로 비중을 두지 않았던 ‘양보’ 문제까지 거론됐던 상황이라면 담판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씨로선 문 후보가 ‘이기는 단일화’ 대신 자신으로의 단일화에만 집착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이후 문 후보는 이날 오후 단일화 협상 결과와 관계없이 무조건 후보 등록을 하겠다고 압박했다. 이때 안씨는 주변 인사들에게 “단일화 정신에 어긋나는 말씀”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불발로 끝난 후보 간의 직접 협상, 예상보다 완강한 문 후보의 권력 의지 등에 따라 ‘사퇴’도 카드 중의 하나로 생각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③ 문 공격에 당황한 TV토론=안씨는 21일 TV토론에서 문 후보에게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론 후 안씨의 표정도 과히 밝지 않았다는 평가다. 안씨는 토론장을 나오다 취재진과 만나 “(나는) 국민과 상대 후보에 대한 예의를 지켰다”고 했다. 토론을 잘했다, 못했다가 아니라 ‘예의’를 강조한 것이다. 문 후보는 토론 도중 대북정책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와 뭐가 다르냐”고 안씨를 몰아붙였다. 당시 안씨는 제대로 반박을 하지 못했다. 한 측근은 “안 후보가 이 말에 불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④ 외부압박설=재야 원로 모임인 ‘원탁회의’의 압박도 거론된다. TV토론에서 보인 안 후보의 대북정책이 덜 진보적이라는 판단을 한 원탁회의 측이 안 후보에게 불만을 전달했다는 거다. 트위터에서 한때 “원탁회의가 안철수를 무릎 꿇렸다”는 말이 돌았다. 여러모로 단일화 국면에서 세 불리를 느끼고,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수 있다. 원탁회의의 움직임이 그로 하여금 ‘새로운 승부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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