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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졸속 택시 대책 부추기는 정치권

중앙일보 2012.11.26 00:43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한별
사회부문 기자
“제대로 된 대책을 어떻게 며칠 만에 뚝딱 만들어냅니까. 정치권이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면 안 됩니다.”



 25일 대중교통 전문가인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답답하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앞서 국회가 22일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법안의 처리를 연기하며 “정부가 예산안 처리 때까지 납득할 만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예산안과 함께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을 두고서다. 그는 “정치권이 다그친다고 금방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 있었다면 왜 여태 정부가 시행을 안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법적으로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할 기한은 다음달 2일까지다. 불과 일주일밖에 안 남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가 예년보다 늦은 23일에야 구성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예산안 처리는 다소 늦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래 봐야 정부에 주어진 시간은 채 20일을 넘기 어려워 보인다. 사실 한 달이 주어진다고 해도 얘기는 별로 달라질 게 없다.



 그만큼 택시업계 경영난이 해묵은, 풀기 어려운 숙제라는 의미다.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여파로 각 시·도에서 개인택시 면허가 상당수 발급됐다. 또 98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많은 사람이 택시를 구입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러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현재 정부는 전국적으로 운행되는 택시 25만5000대 중 5만 대가량을 줄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야 택시업계가 전반적으로 경영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문제는 이 해법 역시 10여 년 전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답을 뻔히 알면서도 제대로 손을 못 댈 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감차를 하려면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그리고 감차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되는 택시기사들을 다른 직업으로 전직시키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충분한 보상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 전직 역시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추진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나 전문가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5년, 10년의 장기적인 계획과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계획을 세우려면 택시업계 경영진과 기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작업이 필수다. 또 경우에 따라 이해가 상충할 가능성이 큰 버스 업계 의견도 수렴하고 조정해야 한다. 시간이 제법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이를 무시하고 정부에 뚝딱 대책을 만들어 내라고 압박하고 있다. 졸속 대책으로는 후유증만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낼, 갈등을 최소화할 답을 찾아내는 작업에 정치권이 더 이상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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