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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고, 자사고 간판 3년 만에 내린다

중앙일보 2012.11.26 00:42 종합 20면 지면보기
학생들의 대규모 전학사태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철회 소동을 빚었던 광주 보문고가 결국 신입생 모집을 포기했다.


내년 입학 지원자 20여 명 그쳐
모집 포기, 일반고 전환 불가피
학사 차질·대규모 전학사태 우려

보문고는 지난 19일부터 신입생 원서를 접수한 결과 지원자가 20여 명에 그치자 23일 긴급 교직원회의를 열고 원서 접수를 중단했다. 또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학교 사정으로 인해 2013학년도 자사고 신입생 원서 접수를 중단합니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광주지역은 자사고 3곳 중 2곳에서만 신입생을 뽑는다.



 보문고는 지난 8월까지 1학년 208명 중 78명이 전학 신청을 할 정도로 학생 이탈이 많자 일반고 전환을 신청해 파문이 일었다. 광주시교육청이 학교의 남아도는 과원(過員)교사 특채와 기숙사 건립비용 지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우기도 했다.



 당시 보문고 측은 “2009년 자사고 지정 당시 시교육청이 과원교사를 공립학교에서 특채로 받아 주고 기숙사 건립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장휘국 교육감 체제가 들어서면서 지켜지지 않았다”고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배경을 밝혔다. 학생들의 교육 차질을 우려한 보문고 학부모들이 교육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자사고 유지를 촉구하면서 파문이 커졌다.



 교육청은 학교 측의 초강경 대응과 학부모들의 집단행동을 의식해 조건부 지원을 통해 사태를 일단락 지었다. 보문고가 학급 감축 등을 통해 자사고를 계속 운영할 경우 과원교사를 특채하고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교육청은 보문고의 학급 감축에 따라 발생하는 남아도는 9명을 특채해 내년 3월 1일자로 임명키로 했다. 그러면서 보문고가 내년 신입생 모집에서 일정 학급을 채우지 못할 경우 임용을 보류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신입생 모집에서 대규모 미달사태가 벌어지면 자사고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보문고는 자사고 전환 이후 교육청의 과원교사 해소 지원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정원을 못 채웠었다.



 보문고는 교육청과 갈등하고 파행을 거듭하면서 평판이 나빠졌고 신입생 선발마저 중단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학생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자사고의 특성상 학생 수를 채우지 못하면 자사고 교육 과정을 유지하기 어렵다.



 내년도 신입생 모집에 실패한 보문고는 다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보문고가 일반고 신입생을 배정받으려면 다음 달 10일 이전에 학내 협의와 교육청 협의를 거쳐 교육과학기술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재학생들의 교육 과정 차질과 무더기 전학사태 등이 우려된다. 자사고 지정이 철회되면 1·2학년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든가, 현재 학교에서 학업을 계속할 수 있다. 그러나 졸업 때까지 자사고의 교육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내년에 고3이 되는 2학년 학생들에 대한 교육 차질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광주에서는 과거 국제고가 일반고로 전환된 적이 있지만 보문고처럼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킨 사례는 없었다.



 한편 광주 자사고 중 숭덕고만 343명이 지원해 정원(304명)을 채웠다. 송원고는 280명 모집에 186명이 지원하는 등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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