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우리 드라마, 언제까지 이럴 겁니까?

중앙일보 2012.11.26 00:41 종합 34면 지면보기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풍경1=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착한남자’. ‘올해 최악의 용두사미 드라마’라는 혹평 속에서도 끝까지 수목드라마 1위를 지켰다. ‘대세남’ 주연 배우 송중기 때문이다. “송중기니까 꾹 참고 본다”는 평이 대세를 이뤘다.



 그래도 너무했다. 캐릭터나 상황의 개연성 부족만 문제가 아니었다. 방송 중반부터 매회 5분가량 전회 방송분을 재탕했다. 지난 스토리를 정리해주는 수준이 아니었다. 방송시간을 때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후반부에 가서는 같은 회에 나온 장면까지 재활용했다.



 매회 특별한 스토리 진행 없이 중언부언 질질 끌다가, 결국 결정적인 사건이나 상황 전개는 송중기의 내레이션으로 때워버리는 안이한 회차도 많았다. 애초부터 20회 분량을 채우는 것이 무리가 아니었느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게다가 방송은 초반부터 쪽대본이 현장으로 날아오는 ‘생방송 드라마’였다. 오직 배우 하나에 모든 것을 맡기며, 배우의 매력과 인기로 드라마의 치명적 결함을 대충 때우고 넘어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시청자 우롱’ 드라마다.



#풍경2=최근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 KBS의 2009~2010년 외주 드라마 5편에 대한 12억7400만원의 출연료 미지급을 문제 삼아 출연 거부를 선언했다. KBS는 외주사에 이미 출연료를 지급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사정은 안 봐도 뻔하다. 외주사가 편성권을 따내려 제 살 깎아먹기식으로 제작비를 낮췄고, 스타 작가·배우에게 개런티를 주고 나면 무명 연기자와 스태프에게 돌아갈 돈이 없는 것이다. 급기야 외주사가 부도나면 아예 돈 받을 곳이 없어진다. 이순재 같은 원로 연기자들이 “어쨌든 방송사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하는 이유다. 이씨는 “한류 시대 배우가 출연료를 못 받았다는 건 창피한 일”이라고 했다. 프랑스의 경우 방송사가 외주제작을 줄 때 예산집행을 아주 세세히 관리한다.



#풍경3=이런 방송 드라마 제작 현실을 실감나게 그린 SBS ‘드라마의 제왕’이 화제다. 제작사들은 편성을 따기 위해 방송사 PD와 간부들에게 로비를 하고, 3억짜리 PPL(간접광고)을 맥락 없이 욱여넣기 위해 작가 몰래 대본을 고치기도 한다. 쪽대본에 빠듯한 일정. 결국 방송시간에 맞춰 녹화테이프 운송을 맡은 택배기사는 과속운전하다 사망한다. 신인작가는 아이디어를 내고도 방송사 국장의 말 한마디에 교체당한다. 스타는 오직 한류로 벌어들일 돈 생각뿐이다.



 돈과 권력, 암투가 무섭게 얽힌 복마전 같은 드라마 제작 현실에 대한 리얼한 현장 보고서다. 그런데 완성도가 높아 한껏 기대를 모았던 이 드라마도 5~6회 만에 초반의 탄성을 잃고 휘청거리고 있다. 한 시청자는 자신의 SNS에 “기대가 컸는데 설마 ‘드라마의 제왕’도 벌써 쪽대본 나오는 건 아니겠죠?”라는 글을 올렸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