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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문재인, 공수부대 맞나

중앙일보 2012.11.26 00:39 종합 34면 지면보기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부인이나 딸을 때리는 깡패를 응징하지 못하면, 가장(家長)은 자격이 없다. 2년 전 평화로운 섬마을이 불바다가 됐다. 그런데도 이 나라 대통령은 도발자를 막지 못했다. 1000억원짜리 F-15K를 띄워놓고도 도발 원점을 폭격하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군사지식도, 응징 의지도 부족했다. 연평도는 해병의 승전이요, 대통령의 패전이다. 사건은 MB 5년의 최대 굴욕이다.



 국가 지도자는 안보를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무슨 일을 했든, 대통령이 되면 안보의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민운동 변호사 출신이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시카고 빈민지역에서 인권활동을 벌였다. 안보에 관한 한 미국은 인권변호사건, 여야건 차이가 없다. 9·11 테러 10년 만에 빈 라덴을 사살한 건 ‘진보’ 민주당 정권이었다. 빈 라덴 사살은 오바마 재선에 도움이 됐다. 동영상 광고는 오바마를 치켜세우고 공화당 롬니를 비판했다. 4년 전 롬니 발언을 광고는 지적했다. “한 사람을 잡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써가며 백방으로 노력할 가치는 없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빈 라덴은 척결 대상이다. 하지만 북한은 대화·협력 상대 아닌가.” 틀린 말은 아니다. 북한의 반쪽은 대화 상대다. 하지만 다른 반쪽은 도발자다. ‘도발자 북한’은 강하게 응징해야 한다. 그래야 도발자 반쪽은 죽고 ‘대화 상대’ 반쪽이 큰다.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은 평화협상 파트너이자 도발자다. 이스라엘은 협상을 회피하지 않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이 도발자로 변하면 무자비하게 응징한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특공대다. 대통령·총리·국방장관이 모두 특공부대 출신이다. 페레스 대통령은 유명한 1976년 엔테베 인질구출 때 국방장관이었다. 작전에서 유일하게 죽은 이스라엘 군인이 지휘관 네타냐후 중령이다. 이 사람의 동생이 지금 총리다. 총리 자신도 72년 벤구리온 공항 인질구출에 참여했다. 당시 지휘관이 현재 바라크 국방장관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특수부대 복무를 자랑한다. TV프로에서는 격파 시범을 보였고 자서전에는 사진 여러 장을 실었다. 명성이 높고 훈련이 힘든 부대에서 병역을 마친 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그런 경력이 튼튼한 안보관을 증명하는 건 아니다.



 문 후보가 노무현 청와대 실세로 있는 동안 안보를 위협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2005년 극단적인 반미세력은 맥아더 동상을 쓰러뜨리려 했다. 한국전쟁 은인에게 가했던 패륜이다. 2006년 5월 평택에선 미군기지에 반대하는 극렬 시위대가 몽둥이로 군인을 패고 초소를 부쉈다. 노 정권은 대응에 소극적이었다. 정권이 그러하니 한명숙 총리가 군인을 팬 시위대를 감싸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재인은 청와대 수석 시절 천성산 공사에 반대하는 지율 스님을 만나 단식 중단을 호소했다. 소통을 중시한다는 그가 반미 시위대는 왜 찾질 않았나.



 TV토론에서 문 후보는 천안함과 연평도를 언급했다. 그는 정권이 우왕좌왕해서 “전쟁 날 뻔했다”고 했다. 정권의 응징이 부실해 상황을 그르쳤는데 그는 오히려 ‘긴장 조성’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도발자 북한에 대해선 지목도, 규탄도 하지 않았다. 발언만 보면 다른 나라 후보 같다.



 그는 대북 유화 정책을 공약했다. 취임식에 특사를 부르고, 첫해에 남북 정상회담을 하며, 조건 없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는 것이다. 북한과 대화하는 건 필요하다. 하지만 대화 상대로 만들려면 ‘도발자 성질’을 고쳐놔야 한다. 도발엔 비싼 대가가 따른다는 걸 가르쳐 주어야 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천안함·연평도 만행 책임을 규탄해야 한다. 그런데도 문 후보는 도발자는 애써 피하고 파트너만 보려 한다. 반쪽 안보관이요, 반쪽 대북관이다.



 문재인이 집권하면 한국도 특공부대 출신 대통령을 갖게 된다. 하지만 기와 몇 장 깨는 게 특공 정신은 아닐 게다. 도발자를 격파하는 게 진정한 공수부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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