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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부인, 마회장과 낮부터 저녁까지…"

중앙일보 2012.11.26 00:26 종합 22면 지면보기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NYT)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일가의 축재 의혹 ‘2탄’을 터뜨렸다. NYT는 문제의 중국 굴지 보험사 ‘핑안(平安)’이 어떻게 원 총리 측과 접촉하게 됐고, 어떤 루트로 총리 일가가 핑안 주식을 확보하게 됐는지를 25일 소상히 보도했다. 꼭 한 달 전인 지난달 25일의 첫 의혹 보도에 대해 전면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는 원 총리와 중국 측에 NYT가 다시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원자바오 가족, 검은 주식거래로 4조원 불렸다”
NYT ‘가문의 축재’ 2탄 폭로
1999년 보험사 핑안 퇴출 막기 로비
당시 원 부총리에 “협조요청” 편지



 보도에 따르면 1999년 마밍저(馬明哲) 핑안 회장은 원자바오 당시 금융 담당 부총리와 다이샹룽(戴相龍) 당시 인민은행장에게 “더 높은 수준의 협조”를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당시 핑안은 장기투자자에게 고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을 대거 판매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데다 아시아 금융위기까지 겹쳐 파산 위기에 몰려 있었다. 마 회장은 이와 함께 원자바오의 부인 장페이리(張培莉)와 만났다. 당시 마밍저의 비서였던 후쿤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만남은 낮부터 저녁식사 때까지 계속됐다”며 “둘 사이에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남 후 마 회장이 무척 기뻐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이 만난 직후 장페이리의 친척이 지분을 가진 다이아몬드 회사는 베이징의 핑안 사옥에 입주했다. 또 원자바오의 아들 원윈쑹(溫雲松)이 공동 창업한 회사는 핑안과 대규모 기술 외주 계약을 맺었다.



 당시 보험감독위원회는 핑안에서 신탁과 증권 부문을 떼어내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핑안은 구조조정 계획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그 뒤 중국 2위의 보험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NYT는 “핑안의 원자바오 가족에 대한 로비가 효과를 발휘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었건 건 이례적인 경우”라고 전했다.



 핑안의 경영이 정상 궤도에 오른 2002년 12월, ‘타이훙(泰鴻)’이란 톈진(天津) 소재 투자회사가 핑안 주식 3.2%를 6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주식을 판 곳은 국영 해운사인 중국원양운수총공사(COSCO), 매매가는 주당 40센트였다. 두 달 전 HSBC가 산 핑안 주가(1.6달러)의 4분의 1에 불과한 가격이었다. 매입 직후 원 총리 가족이거나 그와 가까운 사람들이 핑안 지분을 보유한 타이훙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2007년 핑안이 상하이 증시에 상장되면서 주가는 매입 당시의 57배로 뛰었다. 이후 타이훙은 핑안 지분을 매각해 36억 달러가 넘는 시세차익을 올렸다. 하지만 원자바오 일가의 투자·수익 내역은 12개 투자회사 등에 가려져 포착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핑안 주식을 샀던 타이훙의 돤웨이훙(段偉紅) 대표는 “나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원 총리 일가의 신분증을 빌렸을 뿐 주식 매입은 내 개인 계좌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며 “모든 수익은 내가 가져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NYT는 “가장 큰 의혹은 타이훙이 다른 투자자보다 훨씬 싸게 주식을 사들일 수 있었다는 것”이라며 원 총리의 영향력이 미쳤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핑안 측은 NYT에 보낸 성명서에서 “주식 거래는 주주의 고유 권한이고 주주 배후의 실체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고 밝혔다.



 앞서 NYT는 지난 10월 원 총리 모친이 타이훙 등을 통해 1억2000만 달러어치의 핑안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등 총리 일가 재산이 27억 달러(약 3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근거 없는 흠집 내기’라며 NYT를 맹비난했다. 원 총리는 이달 초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자신의 재산 내역을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고 상무위가 이를 받아들여 조사를 시작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중국 정부는 NYT 웹사이트를 차단했고, 시진핑(習近平)이 당 총서기에 취임하던 15일 외신 기자회견에선 NYT 기자의 출입을 거부하기도 했다. 원 총리는 20일 아세안(동남아 국가연합) 정상회의 후 태국 화교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청렴결백함에 굴복하고 정직을 위해 죽는 것이 옛 성인의 두터운 마음(伏淸白以死直兮, 固前聖之所厚)’이라는 굴원(屈原)의 시 구절을 소개하며 우회적으로 ‘청렴’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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