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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으로 떠나는 ‘김장여행’

중앙일보 2012.11.12 23:23
지난 11월 7일 시누이와 올케 사이인 이지선·김현숙·김현태(왼쪽부터)씨가 수미마을의 호밀밭을 배경으로 김장 삼매경에 빠졌다.



늦가을 농촌 정취 맛보며 신선한 재료로 김장 담글까

김장철이 돌아왔다. 부쩍 오른 채소 값에 김장계획을 아직 못했다면, 이곳에 주목해보자. 늦가을 정취가 가득한 농촌 체험마을에서 바람도 쐬고, 저렴한 산지 직송 배추로 김장을 할 수 있는 ‘김장여행’이 그것이다. 양평 농촌체험마을 김장체험이라면 온 가족이 함께 김장과 여행,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지난 11월 7일 경기도 양평의 수미마을에 특별한 손님이 도착했다. 올케와 시누이 사이인 세가족이 김장을 담그러 온 것이다. 이번 김장 여행을 주도한 사람은 이지선(60·경기도 광주시퇴촌면)씨다. 인터넷을 통해 김장체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서울에 사는 두 시누이들까지 초대했다. 이씨는 “집에서 담그면 번거로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여기 오니 모든 게 준비돼 있어 편할 것 같았다”고 선택 이유를 밝혔다.



마을에 도착한 가족들은 준비해온 앞치마를 두르고 김장을 시작했다. 마을 부녀회원들이 전날 밭에서 뽑아 절인 배추를 내왔다. 속이 꽉 차고 싱싱한 배추를 보자마자 주부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부녀회장의 지휘 하에 무채에 고춧가루, 마늘, 파, 생강, 갓 등 각종 양념을 버무려 배추 속을 만들기 시작했다. 준비된 양념은 모두 수미마을에서 생산한 농산물만을 사용했다.



그동안 못 나눴던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며 김장을 하다보니 어느 덧 준비한 배추가 동이 났다. 각자 가져온 김치 통에 차곡차곡 담으니, 김장 끝. 세 가족이 40kg의 김장을 담그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한 시간 반 남짓이다. 이씨의 시누이 김현태(60·동대문구 이문동)씨는 “무엇보다 재료가 신선해 만족스럽고, 시중보다 20%는 저렴하게 김장을 한 것 같다”며 “내년에는 배나 생선 등 김치 속으로 더 쓸 재료를 준비해 와야겠다”고 말했다.



김장체험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맛있는 점심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막 삶은 수육과 김치 속만 올려진 소박한 상이지만, 밥맛이 꿀맛이다. 수미마을의 살림을 맡고 있는 최동분(55·경기도 양평군 봉산2리)씨는 “주부뿐 아니라 온 가족이 김장에 참여할 수 있어 의미있고, 옛날 김장 풍경에 어르신들도 즐거워한다”고 소개했다. 잠시 숨을 돌리고 나면, 호박과 고구마를 넣은 찐빵 만들기 체험이 이어진다. 마을을 흐르는 개천에서 뗏목도 타고, 군밤을 구워 먹거나, 떡메를 쳐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최씨는 “2008년 시작한 이래 주말이면 몇 백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김장을 산지에서 저렴하게 담글 수 있는 곳으로 주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수미마을을 포함한 모꼬지마을, 뚱딴지마을, 마들가리마을 등 14개 양평 농촌체험마을이 함께 진행하는 ‘양평 김장체험 축제’는 오는 12월 말일까지 계속된다. 각 마을마다 특색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 취향대로 마을을 선택하면 된다.



비용은 1인당 2만3000원부터로, 김치 2kg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2만5000원의 추가 비용을 내면 5kg을 더 담글 수 있다. 재료를 미리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 예약해야 하고, 마을에서 재배한 배추가 소진되면 프로그램이 끝나니 참가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 문의=031-774-5427





<강미숙 기자 suga337@joongang.co.kr/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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