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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천문올림피아드 2연패 ‘별 헤는 소년’ 주성준군

중앙일보 2012.11.12 05:45
국제천문올림피아드 2년 연속 챔피언 주성준(경기과학고 1년)군이 학교 과학실 옥상에서 별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틈만 나면 밤하늘 올려다보며 별 하나 하나 파헤쳤죠

하늘, 즉 우주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공간이다. 이를 입증하듯 선진국들은 앞다퉈 우주를 연구·개발 중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런 우주에 대한 연구가 천문학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인공위성 발사·관측처럼 직접적인 연관은 물론, 태양활동이나 지구 공전궤도 변화 등 천문학 연구는 통신장애 원인을 알아낼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 천문학 분야 인재를 길러내는 국제천문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최근 3년 연속 1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주성준(경기과학고 1년)군은 지난달 23일 막을 내린 제17회 대회에서 시니어 부문 종합 1위로 금메달을 획득, 2년 연속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에는 러시아, 루마니아 등 22개국에서 93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별 헤는 소년’ 주성준군은 천문학자를 꿈꾸는 학생으로서 느끼는 아쉬움부터 쏟아냈다.



“우리나라에선 천문학자는 ‘배고프다’는 인식이 많아서인지 천문학을 공부하는 아마추어 모임이 적어요. 그게 너무 아쉬워요. 대회에 참가하는 다른 나라들은 천문학에 관심이 높아 아마추어 활동가들이 많다더라고요. 뭐든 기반이 튼튼해야 활동도 활발하고 발전도 많이 할텐데….”



주 군이 천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우연찮은 기회로 밤하늘을 직접 보게 되면서다.



“초등학교 3학년쯤에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이야기’라는 책을 읽었는데 마침 감상문공모 행사가 있었어요. 어렵고 딱딱하기만 했던 과학이 쉽고 재미있다는 걸 알게 돼서 솔직한 감상평을 냈는데 덜컥 1등이 된 거예요. 상품으로 천체망원경을 받았어요. 그 때부터였죠. 별을 직접 관측했던 게.”



그날 이후 주 군은 틈만 나면 아파트 발코니에서 하늘을 올려다 봤다. 관련 지식이 없어 별 이름 하나 알 수 없었지만 밤하늘은 주 군에게 신비롭고 계속 알고 싶은 세상으로 자리잡았다. 천문학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던 주 군은 중학교 1학년 때 천문·물리·수학 3개 올림피아드에 출전했다. 첫 출전에 물리대회 동상, 나머지 대회선 장려상을 받았을 만큼 재능을 나타냈다.



“천문학도 수학이나 물리처럼 각종 수치를 활용해 계산을 하는 건 비슷해요. 올림피아드에선 광도곡선을 보고 별의 반지름이나 온도, 질량 등을 구하고 로켓발사와 관련된 계산 문제를 풀어요.”



그는 이 가운데 자신이 흥미를 느꼈던 천문학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교과 공부 등 다른 학습과 병행하려면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해야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입학 전 ‘입학사전교육’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직접 학교에 나와 공부를 해야 했지만 선생님·친구들과 천문학에 대해 토론하고 공부하는 게 즐겁기만 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천문 지식 외에도 스스로 관련 자료를 찾아 배경 지식을 쌓기도 한다. 요즘엔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브라이언 슈미트 호주국립대 천문학 교수의 저서와 논문들을 찾아보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가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를 알아야 본인도 연구를 더 잘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학교연구개발 프로젝트 주제도 이런 관련 논문들을 찾아보다 결정했다.



“저희 학교에서는 학생마다 주제 하나를 정해 1년 동안 연구해야 해요. 전 ‘고인돌의 성혈’을 조사 중이에요. 성혈은 고인돌의 움푹 파인 구멍을 말하는데 신앙이나 농경을 위한 별자리 흔적이라는 말이 있어요. 북한에서 가설이 먼저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도 한 교수님이 쓴 논문이 있어요.”



하지만 연구가 쉽지 않았다. 주제 결정에만한 학기가 걸렸고 결과도 처음 추측했던 것과 달라 당혹스럽기도 했다. 직접 답사를 해보니 성혈이 꼭 별자리라고 일반화하기엔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멍의 깊이와 모양으로 암질이나 도구를 추측하는 등 연구 방향을 변경하고 있다. 비록 예상했던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실패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이런 과정을 통해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천문학 교수가 돼서 좋은 후학을 기르는 게 인생의 목표에요. 앞으로 수십년을 계속 공부할 텐데, 저 혼자 열심히 한다고 해서 모든 지식을 혼자 쓰고 연구를 할 수 없잖아요. 제가 터득한 지식을 전달하고, 후배들이 더 큰 연구를 해서 우리나라 천문학이 발전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심영주 기자 yjshim@joongang.co.kr/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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