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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 예산 4조 논쟁

중앙일보 2012.11.12 02:22 종합 1면 지면보기
국회의 내년 예산심사 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이 “새 대통령 예산으로 3조~4조원 떼놓자”고 요구했다. 여야가 자기 후보의 공약을 더 반영하려는 ‘예산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차기 대통령용 예산’을 아예 별도 편성하려는 것이다.


민주당 “공약 실현용 떼어놓자” 새누리 “초헌법적 발상”
[뉴스분석] 항목 없이 예산 1% 재량권
정권 교체기마다 신경전
여야, 후보예산 확보 경쟁도

 국회 예산결산특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년 정부 예산안(342조여원)의 1% 수준인 3조~4조원을 예산안 심사 때 따로 떼어 새 대통령을 위해 총량으로 남겨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예산안은 이명박 정부가 짠 것이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정책의지를 반영할 예산을 마련하는 게 맞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세부 비목(費目)이 지정되지 않은 뭉칫돈을 주자는 건 국회 예산심의권을 포기하는 초헌법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예결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학용 의원도 “대통령이 바뀐다고 나라의 예산 틀까지 바꿀 순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새 대통령 취임 후 떼어둔 총액만큼 사업별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되니 쌈짓돈이 아니다”고 했다.



 정권교체기의 예산 편성을 둘러싼 정치권의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한나라당에서 “당선인 의중을 반영해 대선 뒤에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대선 열흘 뒤인 12월 28일 예산안을 처리했다. 당시 사회간접자본(SOC) 3666억원,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 1000억원가량이 늘었다. 또 새 정부 출범 첫 해엔 새 사업을 위해 한두 차례 추경을 편성하는 게 관행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2003년 6월, 10월), 이명박 대통령(2008년 6월)이 그랬다.



 연세대 성태윤(경제학) 교수는 “전임 대통령이 짠 예산을 후임 대통령이 집행하는 ‘주기 불일치’ 문제는 미국처럼 대통령과 의회가 상시적으로 예산 협의를 하고 수시로 예산을 수정·변경할 수 있는 틀을 만들면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 경우 예산의 방만한 운영 가능성에 대한 통제 및 감시체제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대통령 예산 반영 문제로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공약 예산 확보경쟁도 치열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새누리당은 “ 무상보육 전 계층 확대”를 주장했고, 민주당은 “어린이집 보육료를 국고에서 부담하고 무상급식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맞섰다. 또 국방위에선 문 후보의 해군기지 공사 중단 공약에 따라 민주당이 예산(2009억6600만원)을 전액 삭감하자고 주장해 방위사업청 예산심사가 통째로 미뤄졌다.



 반면에 국회의원 지역구 예산이 담긴 국토해양부 예산은 국토해양위 예비심사에서 여야 합의로 8일 통과됐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4대 강 사업 폐기, 대규모 토건사업 재검토 등 문 후보의 공약에 개의치 않고 이 분야 예산 배정에 합의했다. 그 결과 교통시설회계 2조4703억원을 포함해 3조8401억원이 순증됐다. 명지대 조동근(경제학) 교수는 “대선공약 예산을 놓고 싸우면서 지역구 사업 예산은 조용히 증액하는 게 우리 국회 ”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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