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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차기권력 싸고 반부패 선명성 경쟁

중앙일보 2012.11.12 02:18 종합 2면 지면보기
위정성 상하이시 당서기가 18차 당대회 기간 중인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대표단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그의 정치국 상무위원 입성 여부는 이번 대회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베이징 AP=연합뉴스]
위정성(兪正聲·67) 중국 상하이(上海)시 당서기가 막판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재산공개’라는 히든 카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중심의 권력승계가 이뤄지는 18차 당대회에 참석하고 있는 위 서기는 10일 상하이 당 대표단과의 토론에서 “난 재산이 별로 없다. 당 중앙이 결정하면 내 재산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중앙당 결정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중국의 최고위급 인사가 재산공개를 선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태자당 좌장 위정성 “당 명령 땐 내 재산 공개”
개혁파 왕양도 “공직자 재산공개 의무화 추진”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 위해 서로 승부수 던져

 위 서기는 중국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진출을 놓고 리위안차오(李源潮·62) 당 조직부장과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상무위원 명단은 15일 공개된다.



왕양 광둥성 서기
 위 서기의 재산공개 발언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8일 당대회 개막 정치보고 중 강조한 ‘부패 척결’과 맞물려 있다. 후 주석은 이날 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을 하지 못하면 당도, 국가도 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이에 위 서기가 솔선수범해 재산을 공개함으로써 친인척의 축재와 이권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공개선언이다. 가족 재산문제 논란을 빚고 있는 시 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물론 차기 상무위원 모두가 모범을 보이자는 제의이기도 하다.



 위 서기는 “중국은 이미 시장급 간부는 당 중앙 조직부에, 국장급 간부는 시당 조직부에 각각 재산을 공개하는 제도를 갖고 있지만 불충분하다. 인민이 공직자와 가족, 주변 인사들의 재산을 감독하기 쉽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처장급(한국의 중앙정부 과장급) 이상 공직자에 대해 재산공개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개인에 대해서만 등록하고 대외 공개는 하지 않고 있다. 또 친인척의 재산공개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위 서기는 “내 아내는 이미 퇴직해 아무런 직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아들은 자신의 밥벌이를 위해 매일 힘들게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아들에게 “상하이에서 일하지 말고, 상하이와 관계되는 회사에 취직하지 말며, 자신이 관할하는 기관과 교류하지 말고, 상하이 공직자와 접촉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숨은 뜻도 있다. 베이징(北京)의 고위 정보소식통은 11일 “위 서기의 이 같은 작심발언은 상무위원 진출을 놓고 막판까지 계파 간 치열한 투쟁이 진행 중이라는 방증이다. 위 서기는 재산공개 카드를 앞세워 차기 상무위원 진출의 길을 열고 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을 선도하려는 고도의 계산이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위 서기는 황징(黃敬:본명 위치웨이·兪啓威·1958년 사망) 전 기계공업부장의 아들로 중국 최대 정파인 태자당(太子黨·혁명원로나 고위 공직자 자녀 출신 정치세력)의 좌장이다. 그러나 나이와 재산문제 등이 그의 발목을 잡아 왔다. 특히 그의 부인인 장즈카이(張志凱)는 창청(長城)컴퓨터 회장을 지낸 뒤 2004년 퇴직했으며 지난해 재산이 수백억대에 이른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이후 위 서기는 공청단(共靑團·공산주의청년단 핵심 간부 출신의 정치세력) 출신의 리 조직부장에게 상무위 진출이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한편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을 노리는 왕양(王洋·57) 광둥(廣東)성 서기 역시 10일 “모든 광둥성 공직자를 대상으로 재산공개를 의무화할 방법을 찾고 있다”며 “중국 공직자들이 점차 자신의 재산을 대중에게 공개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왕 서기는 원 총리 이후 중국 개혁주의자들로부터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대만 연합보는 시진핑 체제 출범을 앞두고 중국에서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왕양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왕 서기는 비교적 젊은 나이와 강한 개혁 성향 때문에 18기 상무위원 입성이 다소 멀어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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