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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한심하다더니 … 검경 다툼 손 놓은 임기말 청와대

중앙일보 2012.11.12 02:12 종합 3면 지면보기
특임검사팀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김모 검사 사무실에서 압수한 물품들을 차에 싣고 있다. 김검사의 금품수수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특임검사팀은 이날 유진그룹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오종택 기자]
지난해 6월 20일 청와대 중재로 검경 수사권 합의안이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검경이 세 싸움 하는 걸 보고 “한심하다”고 질타한 뒤였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검경 갈등은 그 이후에도 수시로 벌어졌다. 그해 7월 국회가 검경 합의안을 수정해 의결하자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이 이 대통령 외유 중 사표를 냈다. 올 초에도 경찰관의 검사 고소사건이 불거져 검경 수뇌부가 낯을 붉혔다. 최근 현직 검찰 간부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권을 두고 불거진 검경 갈등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유례없는 이중수사 … 논란 확산
청와대 측 “정권 말 리스크 있다”
차기 정권 의식한 주도권 경쟁
대선 후보 공약에도 영향 줄 듯

 정부 내의 최고 컨트롤타워 기능을 해야 할 청와대는 아직 이렇다 할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1일 “청와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며 “양 기관에서 법적 해석을 정확하게 할 문제이지 청와대가 나설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불개입’ 입장인 셈이다.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비판 속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취하는 건 임기 말이란 현실 때문인 듯하다. 권력기관인 검경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 주기 어려울 뿐 아니라 손을 들어 주더라도 말을 듣겠느냐는 한계를 스스로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대선 국면에서 검찰이든 경찰이든 차기 정부에서의 입지를 염두에 두고 움직일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지난해 중재했다가 ‘뒤끝’이 좋지 않았던 경험도 작용하는 듯하다. 특히 김준규 전 총장의 사퇴나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의 빈번한 검찰 비판을 두고 ‘통치권 훼손’이란 얘기까지 나왔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권 말기 리스크가 있다”고 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같은 사건에 대한 검찰·경찰의 이중 수사다. 검찰은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지난 9일 특임검사 지명 당시 “경찰이 아직 수사 개시 보고를 하지 않아 ‘내사 단계’에 불과하고 특임검사는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다 경찰이 즉각 수사 개시 보고를 해 오자 “통상 절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수사 지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1월부터 시행된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 및 경찰의 수사 준칙에 대한 규정’(대통령령)에서 2개 이상의 기관에서 수사하는 경우 검사가 경찰 사건을 송치받을 수 있도록 한 걸 근거로 했다.



 이와 관련, 김수창 특임검사는 11일 “검사가 경찰보다 증거 판단 등에서 낫기 때문에 수사를 지휘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이 피의사실 공표를 하고 있다. 검사 구속시키는 것이 평생 소원인 모양”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김기용 경찰청장은 “검찰 수사는 형사소송법상 경찰의 수사 개시·진행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2개 기관이 따로 수사하는 것은 피의자의 인권 측면에서도 적절치 않다”고 맞섰다. 경찰 관계자는 “김모 검사가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재소환을 통보하고 이후 체포영장 신청 등 강제수사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영장을 신청하더라도 수사지휘권을 지닌 검찰이 기각하면 별도리가 없다.



 법리 논란과 별도로 특임검사팀 수사를 바라보는 여론은 그리 좋지 않은 분위기다. 대선 후보들이 검찰개혁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논란이 검찰의 입지를 오히려 좁힐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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