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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만 하면 50만원 대출" 직장女, 3개월뒤

중앙일보 2012.11.12 01:52 종합 12면 지면보기
회사원 김모(31·여)씨는 지난해 5월 S저축은행 상담원이라는 A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동통신사와 와이브로 계약을 맺고 있는데 석 달만 사용한다고 명의를 빌려 주면 50만원을 대출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저기서 빌려 쓴 돈이 많아 대출에 어려움을 겪던 김씨는 귀가 솔깃했다. A는 “3개월 사용계약만 하면 이통사들이 보조금을 많이 주기 때문에 대리점도 이익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가입만 하면 50만원 대출” … 3개월 뒤 200만원 위약금 폭탄
급전대출자 울린 ‘와이브로 깡’ 사기
개통대리점과 모집조직 짜고 “3개월만 써라” 속여 1만 명 유치
이통사 보조금 140억 받아 챙겨 … 계약자들 받은 돈 몇 배 물어내야

‘그럴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김씨는 e-메일로 와이브로 가입계약서를 작성해 전달하고 자신의 통장으로 50만원을 입금받았다.



 하지만 약속했던 3개월이 지나자 ‘날벼락’ 같은 일이 생겼다. 와이브로 사용청구서와 노트북 할부대금 명세서가 계속 오는데 A와는 아예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씨가 이동통신사 본사에까지 연락해 보니 “180만원짜리 노트북을 와이브로용 기기와 함께 택배로 보냈으니 해지하려면 그 비용까지 물어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통신사와는 2년 계약이 돼 있다”는 것이었다. 뒤늦게 사기를 당한 걸 파악한 김씨는 경찰·소비자보호원·검찰 등에 이 사실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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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칭 ‘와이브로 깡’ 업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석재)는 소액대출이 필요한 이들을 상대로 이통사가 제공하는 와이브로 서비스에 가입하게 한 뒤 이통사가 주는 노트북과 보조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으로 개통 대리점 업주 박모(40)씨, 가입자 모집책 윤모(35)씨 등 6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모집책 김모(38)씨 등 10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1명을 기소 중지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2010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총 1만여 건을 허위 가입시켰다. 이로 인해 KT와 SKT는 각각 107억원, 36억원 상당의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 등은 통신사들이 와이브로 가입자 유치를 위해 최신 노트북을 무이자 할부판매하는 결합상품제도를 운용한 점을 악용했다.



 박씨 등은 하부모집자·중간업자·대리점업주로 역할을 분담했다. 하부모집자는 ‘와이브로에 가입만 하면 통신사 보조금 일부를 지급하고 3개월 뒤엔 명의를 바꿔 준다’고 인터넷에 광고하거나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가입자를 모집했다. 중간업자는 대리점을 통해 가입 절차를 처리했다. 대리점 업주는 가입자에게 줘야 할 노트북을 인터넷에서 팔아 그 돈을 자신과 중간업자·하부모집자·가입자에게 5∼40%씩 나누고 통신사에서 받는 개통 보조금을 챙겼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에게 속아 와이브로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들은 명의 변경이 이뤄지지 않아 서비스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과 노트북 할부금을 합쳐 100만∼200만원 상당을 통신사에 물어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와이브로(Wibro)=‘와이어리스 브로드밴드(Wireless Broadband·무선 광대역)’의 줄임말로 휴대인터넷으로도 불린다. 데이터 송수신 속도를 높여 무선랜에 근접시키면서도 커버 영역이 1∼5㎞로 넓다. ‘LTE(Long Term Evolution)’와 더불어 4세대(4G) 이동통신을 이끄는 기술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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