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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난 강원도 평창 명소 '소도둑놈골' 가보니

중앙일보 2012.11.12 01:39 종합 16면 지면보기
평창군 진부면 소도둑놈마을에선 산적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은 산적으로 분장한 주민들. [사진 평창군]


9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2리의 속칭 소도둑놈마을 입구에 있는 산적 소굴. 월정사에 들렀던 여성 2명이 길을 잃고 헤매다 산적소굴에 갇혔다. 두 사람은 “내보내 달라”고 소리 지르며 산적과 실랑이를 벌였다. 옥신각신하는 사이 배가 출출해지자 이들은 다 함께 마을 특산물인 당귀를 활용해 만든 칼국수를 먹고 막걸리를 마셨다. 물론 실제 상황이 아니라 관광객을 위한 체험 현장이다. 이날 두 여성의 체험 장면은 모 방송국이 촬영해 곧 방송할 예정이다. 소도둑놈마을은 지난해부터 유명세를 치르면서 예전에는 거의 없었던 관광객이 연 2000여 명으로 늘었다. 이름 하나가 마을을 바꾼 것이다.

한해 2000명이 ‘산적 소굴’에 제 발로…
‘색깔 있는 마을’이 부자 된다 ⑧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소도둑놈마을
외딴 마을이 이름 바꿔 명소로
방문객들 산채에 갇혀 이색체험



 이 마을은 2008년까지만 해도 고랭지 채소와 당귀를 생산하는 평범한 농촌이었다. 고속도로와 국도에 인접해 있었지만 마을을 찾는 외지인은 농산물 수집상이 고작이었다. 특별한 볼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2006년 큰 수해를 겪은 마을은 수해 복구를 마치면서 새롭게 살길을 모색했다.



 여러 방법을 찾다가 도전한 것이 2008년 산림청이 공모한 산촌생태마을이다. 그러나 아무런 체험시설도 없는 이 마을은 강원도 예선에서 심사관이 5분 만에 현지실사를 끝내는 등 최하위로 추천됐다. 다급해진 마을 이장 김일동(50)씨는 수소문 끝에 2009년 1월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 포럼은 농촌 개발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농촌 마을들을 찾아다니며 마을 발전 방안에 대한 컨설팅을 해 주는 봉사모임이다.



 한 달 만인 2월 21일 마을에서 ‘번개포럼’이 열렸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마을의 보석을 찾기 위해서다. 토론 과정에서 마을에 ‘소도둑놈골’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서울을 가려면 꼭 지나야 하는 길목이어서 옛날에 산적이 많았는데 이들이 소를 훔쳐 잡아 먹었다고 해 ‘소도둑놈골’이라고 불렸다는 것이다. 포럼 관계자는 이것을 마을 이름으로 제안했다.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하필이면 마을 이름에 ‘도둑놈’이 들어가야 하느냐는 이유였다. 그러나 다른 마을과 차별화된 얘깃거리를 만들어야 외지인에게 마을을 각인시킬 수 있 다고 설득했다. ‘소도둑놈마을’이란 이름 앞에 ‘도시민의 마음을 훔치는’이란 부제를 붙여 주민의 이해를 이끌어 냈다.



 이름이 정해지자 마을 홍보 및 마케팅은 ‘소도둑놈’이란 컨셉트와 연관 지어 이뤄졌다. 산림청의 산촌생태마을 현장 심사에서는 주민이 소도둑놈 복장을 하고 심사위원을 산막으로 잡아오는 이벤트를 한 뒤 사업 내용을 설명했다. 서류 심사에선 등외였으나 현장 심사에서 점수를 따 산촌생태마을로 선정됐다. 이로써 사업비 16억원을 지원받아 객실 4개가 있는 도농교류센터, 당귀테라피관, 야생화체험관을 짓고 있다. 이 시설은 12월 준공돼 관광객을 맞게 된다.



 한편 2006년 6월 강원도에서 자생적으로 출범한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은 소도둑놈마을 이외에 50여 개 마을에서 85회의 포럼을 열었다. 이 포럼은 농식품부가 주관하는 농어촌현장포럼의 모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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