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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구글, frenemy?

중앙일보 2012.11.12 00:47 종합 38면 지면보기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주간 순방문자 10억 명. 45개 언어로 5만5000개 언론사의 콘텐트를 검색해 노출하는 사이트. 한국어로 검색되는 뉴스 사이트만 530개’.



 이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온라인 뉴스 시장을 석권하는 ‘구글(Google)’의 모습이다. 구글은 뉴스 검색엔진이라는 금고 안에 광고를 통해 번 엄청난 돈을 쌓아놓고 있다. 반면에 구글에 수익원을 제공하는 뉴스 사이트들은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구글 뉴스’는 붐비고, 언론사의 뉴스 사이트에는 찬바람이 분다.



 온라인 뉴스는 쇠퇴하는 종이신문을 대체할 수호자로 여겨졌다. 종이신문에서 잃는 돈을 만회하는 구원자로 떠받들어져 투자가 이루어졌다. 아직은 기대에 못 미친다. 지금은 종이신문에서 1달러를 잃고, 온라인에서 10센트를 버는 수준이다. 대신 열매는 구글이 가로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탁월한 검색기술을 바탕으로 전 세계 뉴스 사이트에서 핵심 뉴스를 구글 사이트로 끌어오기 때문이다. 이 접점에서 갈등이 싹틀 수밖에 없었다.



 뉴스 사이트의 반발은 거세다. 언론사가 공들여 만든 콘텐트를 구글은 검색 한 방으로 끌어간다. 구글은 뉴스로 통하는 거대한 관문이 됐다. 관문에 손님이 몰리는 법이다. 손님이 넘치니 광고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이때 구글은 공공의 적(enemy)이다. 이런 적에 맞서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에서는 정부가 나서 한 판 벌일 태세다. 구글이 뉴스 사이트에서 콘텐트를 끌어가면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법안을 제정할 움직임이다. 브라질에서는 150여 개 신문사가 구글과 뉴스 제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렇다고 언론사가 구글과 각을 세울 수만은 없다. 자사의 금고 안에 돈을 채워넣으려면 클릭이 돼야 한다. 문제는 클릭의 20~40%가 구글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곳간을 풍성하게 하려면 오히려 구글과 친해져야 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이때는 구글이 친구(friend)가 된다. 구글의 정체는 이렇게 아리송하다. 한편으로는 적이었다가 한편으로는 친구가 된다. 그래서 구글을 부르는 말이 생겼다. ‘frenemy (friend+enemy)’.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구글에 대한 경계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토종 검색 사이트인 네이버에 밀리긴 했지만 구글은 서서히 뉴스의 중심으로 부상 중이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뉴스는 구글에 낚이지만 이에 대한 대가는 전혀 없다.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구글은 ‘적’보다는 ‘친구’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친구는 남의 뉴스를 사용하고 모른 체하지 않는다. 구글의 모토는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이다. 이렇게 말하고서 저작권을 무시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남의 콘텐트를 이용해 곳간을 채웠다면 응당 사용료를 내야 한다. 이게 구글이 주장하는 사악해지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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