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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커피·청바지·등산화·맥주 … 다음 반값 상품은 뭘까

중앙일보 2012.11.12 00:33 경제 4면 지면보기
반값 상품 경쟁은 지난해 10월 촉발됐다. 이마트가 ‘드림뷰 TV’를 출시하면서 ‘반값’이란 마케팅 구호를 내 건 것. 풀HD LED 패널을 쓴 32인치 드림뷰 TV의 가격은 49만9000원. 이는 삼성·LG전자 등이 내놓은 비슷한 사양의 TV보다 40% 정도 쌌지만 실제로 절반 가격은 아니었다. 이 제품은 사흘 만에 사전 기획한 5000대가 매진됐다.


대형마트 ‘반값’ 경쟁 1년
소비자, 100원 차이에도 민감
업체들 유통단계 줄이기 싸움

 이후 홈플러스나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는 물론 홈쇼핑·인터넷쇼핑몰 등 유통업계 전반에 반값 상품 경쟁이 불붙었다. 이마트는 아예 반값을 브랜드화했고, 롯데마트는 가격파괴 상품 앞에 ‘통큰’을, 홈플러스는 ‘착한’이란 단어를 붙여 맞불을 놨다.



 최근엔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반값 상품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허리띠를 졸라맨 소비자들이 품질은 비슷하지만 가격 거품을 확 뺀 반값 상품에 지갑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TV로 시작된 반값 상품이 커피·콜라·태블릿PC·청바지·패딩점퍼·등산화 등으로 확대되는 이유다. 롯데마트가 독일 맥주업체 ‘에팅어’와 손잡고 지난달 중순 출시한 ‘L맥주’는 수입맥주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하이네켄과 아사히를 누르는 기염을 토했다. 롯데마트에서 지난달 18~24일 L맥주 3종이 2만5000~3만4000개씩 팔리며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L맥주는 한 캔(500mL)당 가격이 1600원으로 국내 맥주보다 10% 정도, 수입맥주보다는 최대 70% 저렴했다. 롯데마트 김민석 과장은 “수입사와 도매상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아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값 상품의 가격 비결은 이처럼 유통단계를 확 줄인 데 있다. 대부분의 반값 상품은 대형마트 같은 판매자가 제조자로부터 직접 구매한다.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아 유통비와 중간마진이 덜 들어 그만큼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생산방식은 다양하다. 롯데마트처럼 해외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다. 이마트가 TV를 만들 때처럼 대형마트가 시장 수요를 파악해 상품 기획, 디자인, 생산 과정까지 관여하기도 한다. 김장배추를 시가보다 40~50% 싸게 내놓은 홈플러스처럼 수개월 전부터 사전계약을 맺고 출하될 때 직접 구매하기도 한다.



 유통업계에서는 반값 상품이 기존 자체브랜드(PB) 상품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PB상품은 판매자가 직접 기획·개발해 제조업체에 위탁생산한 뒤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그동안 대형마트의 PB상품은 품목이 꾸준히 증가해 현재는 전체 매출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국내 유통단계는 유난히 복잡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납득하지 못하는 가격이 많다”며 “꼭 반값이 아니어도 생산자한테 직접 구매하거나 유통구조를 축소해 가격을 낮추려는 경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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