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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브랜드로 유니클로에 도전”

중앙일보 2012.11.12 00:28 경제 3면 지면보기
SPA ‘탑텐’을 출시한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올해 매출 1100억원을 목표로 외국계 SPA에 도전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1990년대 중·고등학생 사이에 미국 브랜드 ‘이스트팩’ 배낭이 유행이었다. 모서리를 없앤 둥그런 모양에 앞주머니 하나가 달린 단순함으로 인기를 끌었다. 염태순(59) 신성통상 회장은 이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들어 납품했다. “당시 5달러에 납품하면 한국에서 50달러에 팔렸는데, 브랜드 때문에 엄청난 인기를 누리더라”는 게 그의 기억이다.

‘섬유의 날’ 금탑산업훈장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외국계보다 가격 20% 낮춰 승부 … 연내 SPA 매장 23개로 늘릴 것”



 80년대부터 납품하던 염 회장은 ‘직접 만들자’고 결심했다. 98년 ‘아이찜’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스트팩의 생산 기준을 알고 있었으니 더 잘 만들 수 있었다”며 “박음질도 더 튼튼하게 하고, 색상도 늘려서 출시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격을 낮춘 게 통했다. 이스트팩의 40% 수준으로 매겼더니 출시 첫 해에 180억원어치가 팔렸다. 염 회장은 “이스트팩은 같은 해 매출이 절반으로 꺾였고 2000년께 한국에서 철수한 것으로 안다”며 “유행이 바뀐 탓도 있었겠지만 토종 브랜드의 반격에도 타격을 입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그가 또 한번 ‘역전’을 노리고 있다. 이번에는 자라·유니클로·H&M과 같은 외국계 SPA(제조·유통 일원화) 브랜드에 대해서다. 지난 6월 ‘탑텐(Topten)’이란 의류 브랜드를 내놨다. ‘토종 SPA’로 외국계를 이긴다는 계획이다. 서울 대학로에서 시작해 명동·코엑스·강남대로를 포함해 11개 매장을 냈다. 연말이면 23개로 늘어난다.



 저렴한 가격이 기본 전략이다. 탑텐의 티셔츠는 6900원부터 1만원대, 점퍼·코트는 7만~8만원대다. 염 회장은 “자라·유니클로보다 20% 이상 싸게 매기는 것이 정책”이라며 “‘외국계 SPA가 더 이상 싸지 않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 이를 파고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3~4년 전엔 ‘저가’를 앞세워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SPA 브랜드가 많아져 일반화된 지금은 저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염 회장은 ‘탑텐’의 원가를 절약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2010년 미얀마에 공장을 지어서 생산비용을 20% 이상 낮췄다”며 “이 공장 규모를 2~3년 내로 세 배 이상 늘려 알뜰한 생산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류 사업을 30년 넘게 한 덕분에 좋은 원자재를 싸게 받을 수 있는 거래처도 많다”고 덧붙였다.



 대신 매장은 번화가에 중점적으로 낸다. 내년 6월부턴 서울 명동에 한 달 간격으로 매장을 내는 식이다. 각각 유니클로의 옆, H&M의 맞은편에 위치한다. 이달 9일엔 대구 동성로에 대구 1호점을 냈고, 2주 간격으로 3호점까지 오픈한다.



 염 회장은 대학 졸업 후 가방 생산업체에 취직해 해외 납품 업무를 맡았다. 회사를 나와 직접 차린 게 ‘가나안 상사’라는 가방 수출 회사다. 2002년엔 대우 계열사 신성통상을 인수했다. 가나안이 외환위기 상황에서 수출업체 특수를 봤고, 이를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은 것이었다. 가나안·신성통상의 당시 매출은 각각 1000억·2700억원. 염 회장은 “큰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겠느냐는 우려가 많았지만, 젊은 층을 노린 ‘폴햄’처럼 새로운 브랜드를 잇따라 내면서 오히려 공격적으로 사업했다”고 말했다.



 이후 신성통상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씩 늘었다. 염 회장은 9일 ‘섬유의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연매출 1조2000억원, 수출 7000억원에 이르는 기업으로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토종 SPA 출시도 불경기 속 적극적 투자의 하나”라며 “모든 업체가 어려운 불경기야말로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성통상은



▶1986년 ‘가나안 상사’로 설립 ▶2002년 신성통상 합병하며 사명 변경 ▶사업 분야 : 의류 생산·판매·수출 ▶국내 브랜드 : 폴햄·올젠·지오지아·유니온베이·톱텐 ▶해외 납품 : 갭·올드네이비·월마트



▶2011년 실적 : -매출 : 1조2000억원 -영업이익 : 750억원 ※자료=신성통상, 계열사 에이션·가나안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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