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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늦어야 모이는 아이스하키 선수들

중앙일보 2012.11.12 00:06 종합 34면 지면보기
한국 최초의 아이스하키 독립구단 웨이브스 선수들이 지난 10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밤을 잊은 채 맹훈련하고 있다. [사진 웨이브스]


지난 10일 오후 10시30분. 밤늦은 시간이었지만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아이스하키 장비를 어깨에 둘러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직 대학교 코치부터 애니메이션 회사 부장, 갓 대학을 졸업한 선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이들이 함께 장비를 착용했다. 회사에서 퇴근하고 목동으로 왔다는 오효석(39)씨는 “아이스하키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국내 첫 독립구단 웨이브스
한라 출신 김홍일씨가 창단
직장인 등 모여 정식 선수 꿈
종합선수권 나가려 구슬땀



 훈련은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이어졌다. 20명의 선수는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어 외인구단 같았지만, 눈빛에는 하나같이 비장함이 엿보였다. 한국 최초의 아이스하키 독립구단 웨이브스(Waves) 선수들이었다.



 독립구단 웨이브스는 실업 아이스하키팀 안양 한라 출신 김홍일(32)씨가 주도해 만들었다. 그는 “국내에 실업팀이 2개밖에 없다. 무수히 많은 선배와 후배가 기회를 잡지 못하고 아이스하키를 그만뒀다”며 “독립구단을 만들어 다시 뛸 기회만 줬는데도 23명의 선수가 모였다”고 말했다. 김홍일씨는 자신과 함께 한라에서 뛰었던 김한성(30)씨를 코치로 영입했다.



 김한성 코치는 미국에서 지도자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지만 포기하고 독립구단 웨이브스를 택했다. 김 코치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이라는 큰 축제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아이스하키의 현실은 열악하다. 이렇게 조금씩 힘을 모으면 큰 기적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코치직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야구의 고양 원더스도 프로에 선수들을 보냈다. 우리 팀에서도 좋은 선수가 나와 실업에도 가고 잘 커서 평창 올림픽 대표에도 뽑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2010년 경희대를 졸업한 뒤 실업팀에 들어가지 못한 함정우(25)씨는 “지난 3년간 계속 실업팀의 문을 두드렸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다. 신발 장사와 일식집 서빙, 여행 보조사 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고 떠올렸다. 함씨는 “이렇게라도 기회를 잡아 다시 꿈에 도전하게 돼 기쁘다”며 “죽을 각오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김홍일씨는 “12월에 창단 기념 대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12월 열리는 종합선수권에 참가하는 것이 목표”라고 계획을 밝혔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독립구단 웨이브스의 선수등록을 마무리하고, 종합선수권 참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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