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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 소스 약간 발사믹 식초 듬뿍 와우! 오묘한 맛

중앙선데이 2012.11.11 02:21 296호 22면 지면보기
1 젤라토 뮤지엄 카르피지아니 내부 2 벽에 전시된 옛 아이스크림 상자들 3 카르피지아니 젤라토 유니버시티의 실습실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있는 학생들 4 1958년 볼로냐 박람회에 참여한 카르피자아니의 아이스크림 판매 자동차 젤라토 뮤지엄 제공
1945년 설립된 이탈리아의 카르피지아니(Carpigiani)는 젤라토(Gelato·이탈리아어로 아이스크림) 기계를 가장 많이 판매한 회사다. 젤라토 유니버시티를 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가 9월 27일 볼로냐의 위성도시인 안졸라 에밀리아에 세계 최초로 젤라토 뮤지엄을 열었다. 중앙SUNDAY가 이 맛있는 박물관으로부터 특별한 초대를 받았다.

세계 첫 아이스크림 박물관, 이탈리아 ‘젤라토 뮤지엄’

고소한 맛의 ‘따뜻한’ 아이스크림
뮤지엄 앞 아이스크림바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있었다. 우선 바닐라와 초콜릿, 그리고 딸기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비교해 보기 위해서다. 한 입 먹는 순간 왜 사람들이 ‘으흐으으음’ 하는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평소보다 뭔가 더 고소하고 진했다. 다시 줄을 섰다. 진열대 옆에 있던 루이지 페루치 교수가 소금간이 된 아이스크림을 권했다. 짭짤한 아이스크림? 무조건 달라고 했다.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 젤라토
교수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기계에서 스파게티 면처럼 가늘고 긴 아이스크림 가락을 뽑아냈다. 여기에 토마토 소스를 얹고 바실리코 잎을 올린 뒤 건네주었다. 분명 아이스크림인데 단맛은 없고 고소했다. 찬 스파게티의 세련된 맛이다. 루이지 교수는 이를 “따뜻한 아이스크림”이라며 “올해에 개발한 맛”이라고 덧붙였다.

더 달라는 표정을 짓자 기분이 좋았는지 더 색다른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줬다. 파르미지아노 치즈가 이미 들어 있는 고소한 플레인 아이스크림을 기계에서 뽑은 후 진한 발사믹 식초를 끼얹고 따로 준비한 겨자 소스를 넣은 후 다시 아이스크림을 올렸다. 그 위에 다시 발사믹 식초를 뿌리고 누룽지처럼 납작하게 구운 파르미지아노 치즈를 꼭대기에 꽂았다. 이 맛은 앞서 맛본 스파게티 소스보다 더 독창적이었다. 파르미지아노 치즈의 짭짤하고 고소한 맛과 발사믹 식초의 새콤달콤한 맛, 그리고 겨자 소스의 코를 찡 하게 쏘는 맛이 아이스크림의 찬 느낌과 함께 어울려 정수리를 쳤다. 루이지 교수는 “고급 호텔 레스토랑이나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에서 후식으로 낼 수 있는 럭셔리한 맛”이라고 귀띔했다.

루이지 페루치 교수가 파르미지아노 치즈 아이스크림에 발사믹 식초를 뿌리고 구운 파르미지아노 치즈로 장식한 후 발사믹 식초로 다시 한번 마무리하고 있다.
카르피지아니 회사 1층 약 1000㎡의 공간에 꾸며진 젤라토 뮤지엄은 내부가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깨끗한 흰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로마노 베라르디 회장이 손님들에게 설명이 한창이다.

먼저 아이스크림 변천사를 보여주는 코너. 알프스 만년설에 꿀이나 과일을 섞어 과일빙수를 만들어 먹었다는 로마황제의 기록부터 아이스크림을 쉽게 먹을 수 있는 고깔 모양의 과자 발명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를 볼 수 있었다.

다음 코너에는 약 20대의 오리지널 제작 기계들을 전시해 놓았다. 19세기 기계는 마치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를 짜는 장치 같았다. 50년대 이후 만들어진 즉석 소프트 아이스크림 제조기 중 콘이 자동으로 올라오거나 컵에 스푼이 자동으로 떨어지게 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계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이 밖에 콘을 찍어내는 틀, 제작 방법에 관한 책자, 모형으로 만든 기본 재료 등 각종 도구와 관련 자료가 진열돼 있었고 1만 장 이상의 자료사진도 관람객이 볼 수 있도록 했다.

4주 강좌 들으면 아이스크림 도사
젤라토 유니버시티는 아이스크림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전임교수가 6명, 시간강사가 50명 정도 있다. 루치아노 페라리(Luciano Ferrari) 전임교수를 따로 만났다.

-어떤 사람들이 등록하나.
“브라질, 미국, 중국, 싱가포르, 부탄, 유럽 등 각국에서 학생들이 온다. 1년에 1000~1200명 정도가 등록한다.”

-과정은.
“강의는 4주 코스다. 첫째 주에는 아이스크림의 기본에 대해 배운다. 둘째 주에는 중급 과정, 셋째 주에는 카르피지아니 랩에서 스테이지 실습을, 마지막 주에는 고급 과정을 공부한다. 원하면 1대 1 개인 수업도 가능하다. 1대 1 강좌를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젤라테리아를 운영하는 사람들인데, 전수된 방법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던 사람들이 새로운 방법과 기술, 새로운 맛을 내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

-사용하지 않던 과일이나 재료를 넣으면 새로운 맛을 낼 수 있지 않나.
“기본적인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방법을 모른다면 새로운 맛을 개발해 내기 어렵다. 좀전에 맛본 고소한 아이스크림은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어야 나올 수 있다. 역사와 기본을 알아야 새로운 것도 만들 수 있다.”

-초콜릿 아이스크림에도 오렌지, 고춧가루, 럼 등 다양한 재료를 추가하는 경향이 있다.
“실험적인 맛들은 다 좋다. 개인적 의견을 말하자면 누구나 좋아하는 맛이 좋다고 생각한다. 럼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이나 고춧가루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기 있는 아이스크림 같은 것도 쇼를 하기에 좋긴 하지만 손에 들고 공원을 산책하며 즐기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색다른 맛에 특허를 내는지.
“대기업들은 자기들이 개발한 맛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아직까지 맛에 대한 특허는 없다. 대신 작은 젤라테리아들은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한다.”

-혀로 핥아 먹을 때 어떤 아이스크림은 착 달라붙어 올라오고 어떤 아이스크림은 그렇지 않은가.
“크림성의 차이 때문이다. 맛이 덜 나면 그에 맞는 과일이나 기본 재료를 더 넣으면 된다. 하지만 크림성은 그렇지 않다. 크림이 잘 나지 않은 아이스크림은 먹을 때의 즐거움이 절반으로 떨어진다. 아이스크림은 바로 이 크림성에 집중해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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