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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복귀’ 선언한 미국, 군사적 색채 빼야

중앙선데이 2012.11.11 02:03 296호 4면 지면보기
“시진핑(習近平)은 민족주의에 납치될 지도자가 아니다. 경험이 풍부해 사려 깊은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미국과 제로섬이 아니라 윈윈 관계를 맺어갈 것이다.”

베이징의 시각-롼쭝쩌 중국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

중국 외교관으로서 미국·영국에서 수년간 일한 경력이 있는 롼쭝쩌(阮宗澤·47) 박사의 말이다. 그는 중국 외교부 직속의 싱크탱크인 중국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다. 롼 박사는 8일 쉬둔신(徐敦信·78) 전 외교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한 중국 외교정책자문위원회 대표단과 함께 중앙일보사를 방문했다. 40대 후반의 중진 학자로 활동하는 그에게 향후 중국 외교의 틀을 물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오바마·시진핑 시대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오바마의 재선은 예상했던 일이다. 오바마 집권 이후 양국 관계는 평온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3년간 12차례 회담했다. 전례 없이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중·미 관계는 한층 긴밀해졌다. (시리아 문제와 같은) 글로벌 지역 이슈에서도 적극적인 의견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2월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방미해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다. 시 부주석은 미국의 고위층과 민간 사회 모두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오바마 역시 밋 롬니 후보보다 중국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여줬다. 문제도 있다. 미국의 ‘아시아 복귀(pivot to Asia)’ 선언이다. 미국이 아시아로 향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아시아의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중요해졌다. 그러나 미국의 움직임에는 군사적 색채가 농후하다.”

-미국은 ‘아시아 복귀’를, 중국은 ‘신형(新型) 대국관계’를 선언했다. 충돌하는 개념인가.
“중국은 ‘G2(주요 2개국)’란 접근법에 찬성도 인정도 하지 않는다. 역사상 모든 대국관계는 상호 경쟁하는 제로섬 게임이었다. 신형 대국관계의 핵심은 이를 벗어나자는 취지다. 중·미가 전쟁하거나 충돌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미 미국에 이런 구상을 제안했다. 중·미 관계엔 모순·충돌과 함께 협력이란 두 가지 측면이 공존한다. 양국 관계가 복잡한 이유다. 오늘날 미국인의 경제·취업은 모두 중국과 관련돼 있다. 요즘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복귀’가 가져올 나쁜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장차 미국의 강렬한 군사적 색채를 반드시 탈색시켜야 한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주변국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내가 2007년 출판한 중국의 굴기와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전환에서 상당 부분을 할애한 문제다. 중국은 동아시아 국가의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스스로 평화로운 발전(和平起)을 이뤘다고 말한다. 하지만 군사적 측면에서 타국 사람이 보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개혁·개방 당시 덩샤오핑(鄧小平)은 “우선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 군사력은 나중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경제가 발전했으니 군사적 역량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변국들이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우려하는 주요 원인은 군사적 교류가 지나치게 적기 때문이다. 나는 정부나 군부의 이런 접근법을 비판해 왔다. 그러나 중국에는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대국 중 유일하게 아직도 국가 통일을 완수하지 못한 나라다. 한국의 군사력 강화를 중국은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은 중국처럼 아직 통일을 완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앞으로도 군사력을 계속 증강시킬 것이다. 단, 주변국과 군사 방면의 교류·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의 격렬한 반일시위를 보면서 시진핑 시대의 중국이 과도한 민족주의에 경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민족주의는 동아시아 국가 모두의 문제다. 모두 국가적 전환기이자 민족주의의 분출 시기다. 중국의 국력이 강해지면서 어떤 이는 ‘유소작위(有所作爲)’를 외친다. 일종의 자부심의 표현이다. 일본의 민족주의도 약하지 않다. 원인은 일본의 쇠락이다. 자부심과 쇠락 모두 민족주의를 촉진시킨다.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사건은 양쪽의 민족주의를 한층 더 자극했다. 중국의 입장은 강경하다. 예전과 같이 참을 수 없다. 중국인의 80%가량은 일본을 싫어한다. 이는 리더십에 커다란 도전이다. 리더십은 민족주의에 납치돼 흔들릴 수 있다. 민족주의를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것도 리더십이다. 시진핑은 내부 문제를 중시하지만 주변국과 평화·협력의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다. 문제는 일본이다. 일본은 리더십이 결여됐다. 최고 지도자가 너무 자주 바뀐다. 댜오위다오 문제도 도쿄 도지사 한 명이 일본의 정책과 중·일 관계를 납치해 버린 셈이다. 일본은 매년 총리가 바뀌어 리더십이 매우 불안정하다. 일본의 민족주의를 통제하고 인도할 수 없다. 반면 중국과 한국은 지도자 예측이 가능하다.”

-시진핑 시대에 한·중 관계와 남북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 같은가.
“기대가 크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세 나라 최고 지도자가 비슷한 시기에 교체되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기회다. 북한의 새 지도자는 젊고 외국 교육도 받았다. 한반도가 보기 드문 기회를 맞이했다. 한국의 대선 후보들은 각기 자신이 당선된다면 북한과 교류하겠다고 밝혔다. 매우 좋은 소식이다. 북한과 교류하지 않으면, 그 영향이 북한에만 머물지 않는다. 둘째, 중국의 새 지도자는 주변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어한다. 이 역시 중·한 관계 발전에 좋은 요인이다. 중·한이 지난 20년간 이룩한 성취는 다른 어떤 국가에서도 보기 힘든 것이었다. 게다가 양국은 모두 거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중·한은 향후 20년간 전 세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시진핑의 첫 해외 순방국은 어디로 예상하나. 2008년 국가부주석 취임 후엔 북한을 처음 방문했는데.
“답하기 어렵다. 중국에는 국내 문제가 많아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인민에게 어떤 일을 했는지 보여주는 게 먼저일 것이다. 그렇지만 외교도 중요하다. 중국은 주변국과의 교류를 늘려야 한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6자회담은 재개될 것으로 보나.
“북한과 미국이 중요하다. 6자회담은 재개될 것이다. 내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대북 교류를 어떻게 재개할 것인지 고려하고 있다. 내년에 교류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롼쭝쩌(阮宗澤) 쓰촨외국어대 영어과, 런민대 국제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중국 외교부 직속의 싱크탱크인 중국국제문제연구소에서 대미 외교와 대국 관계를 연구했다. 1996∼2000년 주영 대사관에서, 2007∼2011년 주미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저서로 『중국의 굴기와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전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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