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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 참치회사 주가가 오른 이유

중앙선데이 2012.11.11 01:06 296호 20면 지면보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발표를 거듭할수록 점점 낮아져 그래프를 보면 0%에 수렴하는 듯한 모양새다. 그동안 증시를 떠받쳤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주가도 주춤하는 양상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현대차의 3분기 실적을 두고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 선방했다”고 평가했지만 하락세인 주가를 반등시키진 못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 깜짝 호실적 발표)를 내놨는데도 실적 발표 당일 주가는 부진했다. 투자자들이 이 두 회사의 향후 전망을 낙관하지 못한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그 틈에 두각을 나타낸 종목군이 바로 가치주였다. 말하자면 ▶현재의 호실적 ▶미래 성장성 ▶저평가된 가격의 3박자를 두루 갖춘 종목들, 그중에서도 중소형 가치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중소형주는 올 들어 줄곧 대형주 그늘에 가려 있다가 9, 10월을 거치며 급등했다. 중소형주 장세의 가장 큰 수혜자는 저평가된 종목을 오래 보유하며 자기 자리를 지켜온 가치투자자다. 현재 각종 펀드수익률 평가에서 상위권을 점유한 펀드는 대부분 가치주 투자 펀드다. 하지만 가치투자자들의 본격적인 고민은 지금부터다.

숨어 있던 중소형 가치주 빛 발해
우선 중소형 가치주의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저평가 메리트가 많이 사라졌다. 단지 그동안 다른 투자자들의 관심을 덜 받았다는 이유로 저평가된 종목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다음으로는 기업들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경기가 둔화된 유럽·중국의 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데 따른 실적 악화이다 보니 단기간에 호전될 일도 아니다. 결국 장기불황이라는 사실을 전제하고 어려운 환경을 뚫고 나갈 종목을 정확하게 골라내야 한다.
중국이 세계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고, 주식시장에 유동성이란 기름을 부어줬던 2000년대 초·중반과 비교하면 지금의 주식 투자는 고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땐 거의 모든 종목이 성장주였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닭들도 새처럼 날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진 걸 어쩌겠는가. 더 노력해서 좋은 종목을 찾는 수밖에.

그래도 고된 작업에 뛰어들 만한 동기는 분명하다. 저금리와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의 결과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살 만한 주식이 있으면 곧바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투자자 수요는 여전하단 얘기다. 이런 투자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세 가지 범주의 기업을 소개한다.

첫째, 중국 등 신흥국의 소비와 궤를 함께하는 기업이다. 신흥국의 내수시장 확대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화장품·면세점·카지노·음식료 업종이 최근 주목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상당수 종목은 주가가 꽤 오른 상황이니 새로운 수혜 업종을 찾거나 기존의 유망 업종이라 해도 덜 알려진 기업을 찾아내야 한다.

둘째, 새로운 성장 방식을 도입한 기업에 주목하자.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요 증가를 확인한 후 생산능력 확장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은 호황일 때나 통하는 전략이다. 그보단 인수합병(M&A) 전략을 능란하게 구사하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문제는 돈이 있어도 쓰지 않는 것이다. 축적한 자본을 M&A로 활용할 호기다. 유럽 등 선진국에는 브랜드 가치가 크고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 중에 재무상 일시적 어려움으로 M&A 시장 매물로 나온 기업이 늘고 있다. 단시일에 부족한 브랜드 파워와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보강할 절호의 기회다. 동종업계 내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도 M&A의 부수적 효과다. 실제 미국에서 가치투자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장기성장 가치주들을 보면 현금흐름을 활용한 M&A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경우가 많았다.
셋째, 불황으로 오히려 유리한 국면을 맞는 기업을 찾아보자. 원자재 값이 떨어지고 소비자 지갑이 얇아지는 상황이 독 아닌 약이 되는 기업들이 분명 존재한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의류 업체와 중저가 화장품 업체의 최근 영업실적을 보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을 새삼 돌이키게 된다. 미국 시장에서 월마트와 코스트코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작금의 주식시장에서 원하는 종목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M&A는 기업가치 비약의 발판
동원산업은 근래 생선값이 뛰고 어획량이 회복된 데 힘입어 주가가 많이 올랐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여전히 동원산업을 선호하는 이유도 위에 열거한 세 가지 범주에 두루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배에 기름을 채워 먼 바다로 나가 참치를 낚아 통조림 회사에 파는 일을 한다. 그런데 남미 등 신흥국의 참치캔 수요가 증가하는 한편으로 유가가 안정되다 보니 유리한 영업환경이 전개돼 좋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세계 굴지의 수산업체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해외 M&A를 주도하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이미 미 최대의 참치캔 회사인 스타키스트를 미국발 금융위기를 틈타 2008년 인수해 수직계열화를 강화했다. 해외 기업 인수와 ‘인수 후 통합(PMI)’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연금과 함께 펀드를 조성해 해외 유망 매물 사냥에 나설 태세다. 참치 어획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을 활용할 투자처가 기다린다는 건 장기 성장 기업에 투자하는 가치투자자의 입맛에 딱 맞는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은 연예계에서 옷 잘 입는 패셔니스타로 유명하다. TV 간판 예능프로 무한도전에 출연해 “패션의 완성은 옷이 아니라 얼굴”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를 주식시장에 대입해 보면 ‘성공 주식투자를 완성하는 요건은 경제환경이나 테마가 아니라 실적’이라고 번안할 수 있을 것이다. 주가의 본질은 실적이다. 아무리 불황이라도 실적이 향상되는 기업을 찾는 한 승리 투자자가 될 거라 확신한다.



최준철(36)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인 2002년 국내 최초의 가치투자 안내서인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을 출간해 증권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교내 가치투자동아리에서 만난 김민국 공동대표와 2003년 VIP투자자문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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