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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옛날식 정통부 부활 안 된다

중앙일보 2012.11.06 00:43 종합 29면 지면보기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IT정책전문대학원
정보·커뮤니케이션 기술(ICT) 흐름은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최근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혁명, 이른바 아이폰 쇼크라 부르는 사건을 계기로 ICT 생태계의 재편 및 융합가속화가 절실하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ICT 거버넌스 체제는 각 부처로 분산돼 있어 스마트 융합시대를 선도하기보다 사후적 대응책 마련에 급급하다. 정책과 제도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오히려 기업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 ICT 분야 종사자는 물론 학계, 언론계, 여야 정치인, 특히 ICT의 주무부처 중 하나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이르기까지 현 ICT 체제의 문제점에 공감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도 ICT 거버넌스를 둘러싼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 논의의 근간은 과거 정보통신부에서 일사불란하게 추진되던 업무가 지식경제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부처로 분산돼 조정능력이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미래지향의 발전적 논의라기보다 미시적이며 과거회귀형태인 정보통신부 부활론에 가까운 논의에 머물러 있다.



 비록 ICT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ICT 대응에 문제점은 있었지만 문제의 근원이 조직문제였는지, 사람문제였는지 꼼꼼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ICT 흐름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산업의 전 분야가 ICT와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생태계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점에 과거회귀형태의 ICT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시점에서 ICT 거버넌스 체계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과 세계적 흐름 속에서 미래 한국을 위해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위해 필요한지에 대한 공유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또한 전체 정부조직 내에서 유기적 생태계를 고려해야만 선진형태의 ICT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용 없는 성장 지속,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고령화 사회, 올해 경제성장률 2.4%로 하향 조정 등이 진행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잠재성장률이 10년 내에 2%대, 20년 내에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ICT 강국인 우리나라는 이를 이용한 적절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과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산업화가 늦어 하드웨어 중심의 빠른 추격자인 패스트 팔로(fast follow) 전략을 사용해 많은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다. 그 당시 정보통신부가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 분야가 융합하고 있는 지식기반 경제가 도래하면서 최근 삼성과 애플 간에 소송에서 볼 수 있듯이 지적재산권이 강조되는 시대에서는 선도자인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전환해야 한다.



 과거회귀형 거버넌스가 아니라 스마트폰 혁명에서 볼 수 있듯이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의적인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 운영을 통해 새로운 ICT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또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고용을 만들어가는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ICT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최근 대선 정국에서 각 정당은 ICT와 관련된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의 회귀형태인 ICT 정책도 있고,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을 강조하는 창조경제형태의 ICT 정책도 있다. 분명한 것은 ICT 컨트롤타워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분산된 부처 간 기능을 통합하는 미시적이고 근시안적 시각보다는 세계적인 ICT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정부 조직을 유기적으로 연동시킬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미래지향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IT정책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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