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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물 국채’투자 열풍 벌써 식나

중앙일보 2012.11.06 00:30 경제 8면 지면보기
자산가 사이에 뜨겁게 불었던 30년 만기 국채투자 열풍이 급격히 잦아들고 있다. 개인투자자도 처음으로 30년 국채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지만 실제 받아간 물량은 배정된 것에 크게 못 미쳤다. 단기간에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시세차익 기대가 꺾였기 때문이다. 이미 30년 국채에 투자한 이들은 평가손을 입고 있다.


개인들 800억 중 106억어치만 입찰
금리 인하에도 30년물은 되레 올라
시세차익 기대 줄고 평가손까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5일 실시된 30년 국채입찰에서 개인은 106억원어치를 3.10%에 받아갔다. 처음으로 개인도 대행증권사를 통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고, 800억원의 물량이 배정됐지만 이에 한참 못 미친 것이다. 지난 9월과 10월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불과 한 달 전 30년 국채를 찾는 자산가가 공급되는 물량보다 많아 대부분 원하는 양의 절반밖에 사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 두 달간은 개인이 입찰에 참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증권사에 높은 수수료(약 0.08%포인트)를 내야 했는데도 그랬다.





 30년 국채 붐이 갑자기 잦아든 것은 최근 30년 국채 금리가 예상과는 다르게 움직여서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지만 30년 국채 금리는 오히려 0.01%포인트 올랐다.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인하되자 채권을 갖고 있던 기관투자가가 대거 차익실현을 위해 ‘팔자’에 나선 영향이다. 김남균 대신증권 팀장은 “올해 안에는 기준금리가 더 내려가기 어렵고, 9·10월에 30년 국채에 투자한 이들이 평가손을 입고 있어 더 투자하기는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처음 발행된 30년 국채를 산 이들은 최근 금리가 올라 7% 안팎의 평가손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30년 국채에 투자한 이들의 목적은 시세차익이었다. 올 들어 금리가 급락하면서 1~2년 전 20년 국채를 샀던 자산가가 15%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속출했다. 채권의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변할 때 얻을 수 있는 차익도 커진다. 그 때문에 국채 중 만기가 가장 긴 30년물이 발행되자 더 많은 이익을 기대한 투자 수요가 폭발한 것이다. 마침 금융소득종합과세 적용기준이 연간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강화된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30년물 금리가 더 이상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오르자 30년물 투자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커진다. 한국투자증권 나정오 연구원은 “앞으로 기준금리가 한 번 더 인하돼도 30년물 금리는 훨씬 적게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창구에서는 ‘30년 국채를 산 후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려가면 연 8%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식으로 권유했지만 이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때 30년물 금리도 똑같이 0.25%포인트 내려간다고 전제할 때 얘기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만약 앞으로 금리가 계속 오르기만 한다면 최악의 경우 30년간 보유해야 할 수도 있다. 나 연구원은 “짊어져야 할 위험을 감안하면 기대수익이 그리 높지 않은 30년 국채 투자를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분리과세 때문에 투자한다면 굳이 30년물을 택하지 않아도 된다.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채권이면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시각도 있다. 최근 30년 국채 금리가 다소 올랐기 때문에 투자 부담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대신증권 김 팀장은 “30년 국채를 몇 달 만에 단기매매 하려고 투자하지는 않는다”며 “2년 이상 보유하다 보면 (금리가 하락해)팔 수 있는 기회가 한두 번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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