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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빼, 빼, 빼, 빼 … 빼도 잘만 나가 ‘수입차 = 풀옵션’ 공식 깨지다

중앙일보 2012.11.06 00:16 경제 4면 지면보기
티구안 컴포트 3690만원


한국도요타는 올 2월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의 옵션 패키지를 3개로 늘렸다. 프리우스를 2009년 10월 국내에 처음 출시한 이후 줄곧 3700만원대 차량 한 종류만 팔다가 기존 모델보다 싼, 그리고 비싼 등급을 하나씩 만든 것이다.

안전 무관한 고급 사양 제외
뉴파사트·프리우스 판매↑
한쪽선 고급옵션 다 넣고 경쟁 차종보다 가격 내려



 ‘프리우스 E’로 불리는 하위 옵션 모델은 가죽시트를 직물 시트로, 전 자동 운전석을 수동으로 바꿨다. 인조가죽 재질의 스티어링휠은 우레탄 재질로 바꾸고 볼륨조절·통화버튼 같은 원격조정장치를 모두 없애고 동그란 운전대만 남겼다.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자동주차보조장치(IPA)도 뗐다. 고급 사양을 뺀 덕분에 기존 패키지인 프리우스M(3770만원)보다 640만원 싼 3130만원에 내놓을 수 있었다. 김성환 한국도요타 차장은 “안전·성능과 무관한 고급 옵션을 과감히 빼서 가격을 낮췄다”고 말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가장 아래 등급인 프리우스E는 지난달까지 1393대가 팔려 프리우스 전체 판매대수(1852대)의 75%를 차지하며 판매를 이끌고 있다.



 ‘수입차=풀옵션’이란 공식이 깨지고 있다. 수입차 시장이 커지고, 차종이 다양해지면서 차량에 도입하는 옵션 선택 폭도 넓어지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다양한 연령과 취향의 고객 입맛을 잡기 위해 옵션 패키지를 다양화, 세분화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1만2019대로 지난해 10월보다 46% 늘었다.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등록차량은 10만772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 증가했다.



 그간 수입차 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해 옵션 패키지가 한정적이었다. 원활한 물량 공급과 마진율을 유지하기 위해 주로 풀옵션 위주의 차를 수입하고, 차종별 옵션 등급도 한두 가지만 들여왔다. 하지만 연간 판매 대수가 10만 대를 넘어서고, 연평균 20%씩 성장하면서 다양한 옵션 패키지가 쏟아지고 있다.



 옵션 구성의 초점은 진입장벽을 더욱 낮춰 생애 첫 차를 사는 엔트리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수입차에서 고급 옵션을 빼는 옵션 다이어트가 유행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최저가 패키지를 만들어 가격 낮추기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기본형 아래에 더 낮은 등급을 만드는 이른바 ‘바닥 아래에 지하실’형 옵션 패키지도 나오고 있다.



 BMW코리아는 지난달 뉴1시리즈 5도어 해치백을 국내에 처음 들여오면서 가장 기본등급(3390만원)의 편의사양을 대부분 수동화했다. 직물 느낌이 나는 인조가죽 시트는 수동으로 조절해야 하며, 에어컨도 손으로 돌리는 로터리 방식이다. 5시리즈 이상부터 적용하는 버튼식 주차 브레이크 대신 손잡이를 잡아당겨야 하는 핸드 브레이크가 달렸다.



 폴크스바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은 올 3월 기존 모델에서 파노라마 선루프, 자동주차 기능, 전방 주차경고센서 옵션을 뺀 ‘컴포트 패키지’를 내놓았다. 고급 옵션을 빼서 기존 패키지(4330만원)보다 640만원 싼 3690만원에 가격을 맞췄다.



 이처럼 차량 가격을 낮추면서 고급 옵션을 빼는 것을 놓고 소비자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깡통차(옵션이 거의 없는 기본 차량)’를 만들어 놓고 가격이 싼 것처럼 현혹시키는 수입차 업체의 꼼수냐, 아니면 실리를 추구하는 또 다른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상품 다양화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한가운데 지난 8월 폴크스바겐이 출시한 중형 세단 뉴파사트가 있다. 지난해까지 판매된 파사트 모델에는 있던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바이제논 헤드램프, 자동주차 기능, 뒷좌석 에어컨을 없애는 대신 가격을 3990만원으로 낮췄다. 국내 중·대형 세단과 가격 경쟁이 가능한 3000만원대로 출시, 지금까지 8월과 9월 두 달간 591대를 팔아 폴크스바겐 측은 일단은 목표치를 달성했다.



 옵션을 줄이는 것과 정반대로 옵션을 키우기도 한다. 경쟁 차종보다 고급 옵션을 많이 넣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인피니티는 일본차 최초의 디젤 세단인 M30d를 출시하면서 경쟁 차종인 BMW 520d나 아우디 A6보다 고급 옵션을 대거 장착하면서도 가격(6370만원)은 아우디보다 500만원 이상 싸고, BMW 기본형과 비슷한 수준에 내놓았다. 익명을 원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풀옵션 차량을 싼 가격에 내놓는 것은 팔 때마다 손해인 구조이지만 시장을 키우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전했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아예 자취를 감추는 옵션도 있다. BMW는 한때 고급 옵션의 대명사였던 6장 CD체인저를 최근 대형 세단 7시리즈 일부 모델을 제외하고 전 차종에서 퇴출시켰다. 음악을 듣는 방식이 정보기기와 호환 가능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나,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이나 MP3를 연결해 듣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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