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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7개 고교 연합 ‘전공연구 심화반 수업’

중앙일보 2012.11.05 23:16
용산구 7개 인문계 고교연합 전공연구 심화반 학생들이 ‘우리말을 사랑하자’는 주제를 담은 공익광고를 촬영하고 있다.



‘카메라, 큐!’사인 내며 PD·연기자 변신. 방송·영상 몸으로 배운다

“올 스탠 바이~ 카메라. 큐!” 지난달 27일 오후2시. 성심여고의 한 교실에서 방송이나 영화촬영장에서나 들을 법한 ‘큐’사인이 들려온다. 그리고 큐 사인에 맞춰 앳된 얼굴의 고등학생들이 연기를 선보인다. 용산구 인문계 7개 고등학교가 연합해 진행하고 있는 전공연구 심화반 중 신문방송·영상학 수업 현장이다.



용산구에 위치한 성심여고, 보성여고, 신광여고, 배문고, 등 7개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 60여명은 매주 토요일 학교에 나온다. 지난 7월 10주 과정으로 개설된 전공연구 심화반 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신문방송·영상학, 경제·경영학, 의상·의류학, 논어 강독 4개 과목을 현장 전문가들이 강의한다. 정규 교과과정에서 배울 수 없는 실습 위주의 신문방송·영상학과 의상·의류학 강좌는 특히 호응이 많다.



현장 전문 강사가 실습 위주로 강의



“얘들아, 지나가는 친구를 봐야 해 카메라 보지 말고.”



방송학 수업에서 PD역할을 맡은 심성은(성심여고 2)양의 말에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펼치던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 카메라에 빨간 불이 켜졌다.



한 학생이 교실에 들어와 친구들에게 “하이~”라며 가볍게 인사를 한다. 나머지 아이들도 인사를 받아 준다. 하지만 다시 NG.



강사로 초빙된 서병철(48) 영상감독 겸 PD가 아이들에게 묻는다.



“지금 왜 다시 찍지?”



“끝까지 표정과 시선을 유지해야 하는데 표정관리가 안 돼서요.”



“맞아. 항상 촬영을 다시 할 땐 왜 다시 찍는지 이유를 알아야 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거든. 그리고 PD는 편집을 염두에 두고 앞의 영상과 개연성 있게 찍어야 하고.”



방송반 아이들은 이론 수업을 끝내고 최근 실제 제작 실습을 하던 터였다. ‘어떤 말이 더 진심에 와 닿습니까?’라는 주제로 우리말 사랑에 관한 공익광고다. 친구들끼리 쉽게 쓰던 ‘하이’ ‘땡큐’ ‘쏘리’와 같은 영어 표현보다 우리 말을 더 많이 사용하자는 취지다. 주제를 정한 뒤 줄거리를 만들고 대본까지 만들어 보면서 학생들은 많은 것을 배운다.



연기를 맡은 오지수(성심여고 2)양은 토요일마다 학교에 오는 게 즐겁기만 하다. “카메라 작동법과 촬영기법을 배우고 연기까지 해 보니까 영상제작 전반에 걸쳐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촬영이 거듭될수록 한국어를 사랑하는 마음도 커지고 있어요. 평소 별 생각 없이 쓰던 말인데 광고를 찍으면서 우리말과 비교해 보니 확실히 한국어가 더 정감 있고 진심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방송반 학생들은 작품이 완성되면 각종 공모전에 출품하고 유튜브에도 올릴 계획이다. 의상·의류학 수업이 열리고 있는 또 다른 교실에선 마케팅 전략 발표가 한창이다. 마침 우리나라 대기업이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한 의류브랜드를 효과적으로 판매하는 방법에 대한 조별 발표가 진행됐다.



“이 브랜드는 모호한 판매 연령층과 불확실한 브랜드 이미지 등으로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따라서 저희 조는 판매 대상을 젊은 직장인 여성으로 정하고 직장생활과 근무 후 여가생활·파티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자인과 아이템을 만드는 것으로 전략을 세워봤습니다.”



의상학 수업에서 유일한 남학생인 이형수(배문고 2)군은 브랜드 분석을 위해 조원들과 의류 매장을 방문하며 시장조사를 벌이는 등 현직 의류업체 직원들처럼 조사를 벌였다.



“현재 이 브랜드는 특정 백화점에만 입점해 있는데다 백화점 구석에 매장이 있어 대중들이 잘 알지 못합니다. 에스컬레이터 옆쪽으로 매장을 옮기는 방안을 추진해야 합니다. 또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만큼 외국인이 많이 찾는 이태원 같은 곳에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otre)를 열어 점차 인지도를 높여야 합니다.”



아이들은 이런 조사를 바탕으로 이번달부턴 디자인 수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고윤재(31·성균관대 의상학과 석사과정) 강사는 학생들에게 실제 의류회사에서 진행하는 리뉴얼(새단장) 프로젝트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 중이다. 아이들에게 실무적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그래서 자신이 의류회사에서 근무했던 경험도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 연합 강좌는 당초 지난 해 성심여고에서 처음 시작했다가 반응이 좋자 용산구청의 지원을 받아 용산구 고교연합이 주관하게 된 것. 현재는 희망학생 중 학교별 추천을 받아 무료로 강좌를 실시하는데 겨울방학부턴 과목을 좀 더 다양화하고 강좌도 12개 반으로 늘리는 등 활성화할 예정이다.



성백영 성심여고 교감은 “방송이나 의상 같이 아이들이 관심이 있어도 쉽게 접할 수 없는 분야가 있다는 것에 용산구 학교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앞으로 의료, 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발굴해 공교육만이 할 수 있는 수업들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심영주 기자 yjshim@joongang.co.kr, 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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