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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개입 안 한다던 북한, 돌연 박근혜에게…

중앙일보 2012.11.05 01:47 종합 6면 지면보기
북한이 남한 대선에 노골적인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 노동당 산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3일 “남조선 각 계층은 새누리당의 재집권 기도를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대선을 계기로 정권교체를 기어이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또 “새누리당이 집권하면 남조선 사회와 북남관계는 이명박 정권 때와 똑같이 될 뿐 아니라 유신독재가 부활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NLL문제로 침묵하다 노골적 간여
박근혜 유신 낙인찍고 욕설까지
문재인에겐 호의, 안철수에겐 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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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남조선 대선에 개입할 어떤 내부 사정도 없으며 필요도 없다”(10월 3일 ‘우리민족끼리’)던 입장에서 한 달 만에 180도 달라진 것이다. 조평통은 노동당 통일전선부(부장 김양건)의 대남 선전기구이며, ‘우리민족끼리’는 조평통이 운영하는 선전용 인터넷 사이트다.



 12월 대선을 겨냥한 북한의 개입 시도는 9월부터 치밀하게 준비돼 왔다는 게 관계당국의 분석이다. 2007년 대선 때 개입 보도가 월 평균 52회였으나 이번엔 월 143회에 이른다. 북한 국방위는 9월 29일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10·4 합의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불법무법성을 전제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해 우리 측에 논란을 촉발시켰다. 하지만 이로 인해 민주통합당이 수세에 몰리자 북한은 한 달 넘게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2일엔 조평통을 내세워 “이전 정권에서 북방한계선을 논의했다는 그 무슨 대화록을 들고 나와 발악하고 있다”며 “북남 수뇌회담에서 논의된 문제까지 왜곡 날조했다”고 주장했다. 사실관계에는 함구한 채 어정쩡한 입장을 낸 것이다.



 북한은 또 후보 3인에 대해 각각 다른 반응을 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해서는 ‘유신공주’ 등의 비하표현과 욕설로 공격하고 있다. “그의 대북관도 이전 유신 독재자나 이명박 역도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9월 27일 조평통 대변인)는 등 유신 부활이나 이명박 정권의 연속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은 2002년 5월 박근혜 당시 미래연합 대표가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자 상당 기간 호감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2007년 대선 경선 때 ‘유신창녀’ 등의 표현을 쓰며 공격했다. 당국자는 “김일성·김정일을 직접 면담한 이른바 ‘친견(親見)인사’는 비난하지 않는다는 관행을 깰 정도로 북한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남한 정권의 등장을 간절히 바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비방이나 비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남한 언론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다음 대통령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로 지목됐다”(8월 6일 노동신문)며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또 문 후보 동정을 전하면서도 박근혜 후보를 비방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방향성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비난도 없지만 특별한 호감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미 9월 26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 안보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개입 중단을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4일 조평통이 대선 개입을 노골화하고 있다며 중단을 촉구했다. 문재인 후보도 지난달 4일 “북풍은 정치를 후퇴시키고 남북관계를 악화시킨다”며 “북한 당국이 서해 북방한계선에서 신중하게 행동해 달라”고 주문했다.



 문제는 우리 표심에 대한 영향이다. 2007년엔 투표 2개월을 앞두고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야당인 한나라당 후보가 압승했다. 2000년 4월 총선을 사흘 앞두고 첫 남북 정상회담이 발표됐지만 ‘선거용 정략’이란 비판 속에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133석으로 1당이 됐고 민주당은 115석에 그쳤다. 1996년 4월 15대 총선 6일 전 판문점에 북한군이 투입됐을 때는 안보심리를 자극해 여당인 신한국당이 승리했다. 한 당국자는 “유권자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북한의 개입 시도나 ‘북풍’이 먹혀들 여지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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