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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경제 핵심은 짜이핑헝 … 기득권 깨기 이미 시작

중앙일보 2012.11.05 01:45 종합 7면 지면보기
후진타오 집권 10년 마지막 회의 중국 공산당은 4일 나흘간의 17기 7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폐막하면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 쉬치량 전 공군 사령원과 판창룽 지난 군구 사령원을 임명했다. 사진은 9명의 상무위원이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왼쪽부터 저우융캉 정법위 서기, 리커창 부총리, 리창춘 상무위원, 원자바오 총리, 후진타오 국가주석,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자칭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시진핑 국가부주석, 허궈창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요즘 중국 경제전문가들이 자주 사용하는 용어 중 하나가 ‘짜이핑헝(再平衡)’이다. 우리 말로는 재균형이요, 영어로는 ‘Rebalancing’이다. 전문가들은 ‘재균형이 시진핑(習近平) 경제의 핵심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한다. ‘시-리 체제(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 등장을 앞두고 경제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고는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보는 정책 방향
1% 안 되는 국유기업이 생산 40%
독점 해체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



 시진핑 체제가 가장 먼저 손볼 곳은 국유기업이다. 현재 중국의 국유기업은 약 14만5000개에 달한다. 전체 기업 수의 1%에도 못 미치지만 산업생산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독점 덕택이다.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국가의 비호로 석유·통신·금융 등 핵심 산업을 독점하면서 ‘기득권 세력’으로 변했다. 국유기업과 민영기업의 불균형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500대 민영기업의 매출을 다 합쳐도 국유기업 1, 2위인 중국이동통신과 중국석유의 합계에 못 미칠 정도다.





 이와 관련, 후더핑(胡德平) 중국 정치협상회의 상임위 경제위원회 부주임은 3일 경제관찰보(經濟觀察報)에서 “국유기업 독점 문제는 차기 지도부가 우선적으로 개혁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후야오방(胡耀邦) 전 당 총서기의 아들인 후 부주임은 시진핑과 개혁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국유체제의 독점 파괴는 이미 시작된 일이다. 금융개혁 시범도시로 지정된 원저우(溫州)에서는 국유상업은행의 독점 깨기가 진행 중이다. 시진핑 체제 등장을 앞두고 항공·의약·건설 등 분야의 국유기업이 스스로 민영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국무원 발전연구중심의 우징롄(吳敬璉) 교수는 “탈(脫)국유화는 시진핑 시대에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와 소비의 불균형 해소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 10여 년 심화된 ‘투자 왜곡’이 중국 경제 성장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투자의 비중은 2002년 35% 선에서 2011년 49%로 늘어난 반면 소비 비중은 약 46%에서 36%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특히 2008년 단행된 4조 위안(GDP의 약 15% 규모)의 경기부양 자금 중 약 60%가 부동산 건설 및 SOC 분야로 투입되기도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양평섭 박사는 “후진타오 주석은 ‘소비를 키우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책은 거꾸로 갔다”며 “시진핑 시기에는 소비주도형 성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내수 확대, 서비스 산업 육성 등의 정책을 쏟아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짜이핑헝’ 대상은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이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2007년까지 수출은 매년 20~30%씩 늘었다. 덕택에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에는 3조 달러가 넘는 외환이 쌓였지만, 이는 미국과의 무역마찰을 낳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수출이 무한정 지속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중국을 ‘세계 공장’으로 만들었던 저임 노동력이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노동인구(15~64세) 비율은 2011년을 고비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시진핑 시기에는 내수 확대를 통해 수출 감소분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재균형에 성공할 수 있느냐는 중국 경제의 최대 난관인 중진국 함정 돌파와도 연결된 사안이다. 농업인구의 도시 이전, 투입에 의한 성장, 수출 의존도 확대 등 ‘추격형 구조’로는 성장률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영기업의 영역 확대, 소비를 통한 경제 성장, 내수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시진핑 시기의 재균형 전략이 또 다른 성장의 동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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