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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미국 대선은 글로벌 선거

중앙일보 2012.11.05 00:49 종합 37면 지면보기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6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는 사실상 글로벌 선거다. 선거 결과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미 대선에 전 세계 사람이 투표할 수 있다면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도전자인 밋 롬니 공화당 후보에게 분명히 완승할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긴축정책이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허약한데도 롬니는 재정적자를 조기에 줄이겠다며 강력한 긴축을 공약했다. 이는 가뜩이나 무기력한 미국의 성장세를 더욱 약하게 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이런 정책은 유럽에서 유로화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또 다른 경기후퇴를 가져올 수도 있다. 긴축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온 오바마 대신 롬니가 당선되면 미국에선 수요 감퇴가 더 심해지고 전 세계는 이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공화당의 미국예외주의(미국이 자유·인권·민주주의 증진의 소명을 가진 특별한 국가로서 세계를 이끈다는 사상)도 문제다. 이런 주장은 미국 안에선 먹힐 수도 있겠지만 나라 밖에선 전혀 그렇지 않은 대표적인 발상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벌인 이라크전쟁은 미국이 막대한 전비를 지출하고도 미국 인구의 10%, 국내총생산(GDP)의 1%도 안 되는 작은 나라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사실 미국식 자본주의는 효율적이지도, 안정적이지도 않다. 미국인 대부분의 수입이 지난 15년 동안 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의 경제모델이 공식 GDP 통계와는 무관하게 그 과실을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을 증명한다. 과거 부시 행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인한 대규모 경기 후퇴는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크게 약화시켰다. 부시가 벌인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으로 미 군사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 약해졌다.



 이 때문에 롬니는 선거 유세에서 부시 행정부와 거리를 두어 왔다. 하지만 롬니는 부시와 다를 게 없다. 같은 인물을 선거 참모로 쓰는 데다 국방비 증액이란 공약과 부유층에 대한 세금 감면이 모든 경제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신념까지 두 사람은 차이가 없다.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는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는 건강보험 접근권 확대를 위해 오바마는 건강보험개혁법을 내놓는 등 노력했다. 하지만 롬니는 다른 대안도 내놓지 못하면서 이러한 노력을 비난만 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선진국 가운데 자국민에게 균등한 기회를 가장 적게 제공하는 나라다. 롬니가 가난한 사람과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예산을 크게 줄이려고 하는데 이는 가뜩이나 약한 사회적 계층 변동의 힘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다. 동시에 그는 그동안 오바마가 강조해 온 인프라 건설과 교육에 들어갈 예산을 국방예산으로 돌리겠다고 한다. 늘어난 국방예산은 적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무기를 구입하고 핼리버튼 같은 용역업체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될 것이다.



 글로벌과 관련해 기후변화·재정 문제·교역 등 세 가지 어젠다를 생각해 보자. 롬니는 기후변화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으며 공화당 고위 지도자의 상당수는 이 문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기후변화 부정자다. 교역 문제에서 롬니는 자신이 당선되면 중국과 무역 전쟁을 선포하고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선포하겠다고 공약했다. 미연방준비은행이 양적 완화 정책으로 달러화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는 것을 두고 미국이 환율 조작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은데도 이런 주장을 한다. 이는 미국의 운신 폭을 크게 줄이고 국제 교역에 영향을 끼치는 정책이다.



 이런 식으로 미 대통령 선거 결과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영향을 준다. 불행히도 전 세계 사람이 아닌 미국민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Project Syndicate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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