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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조국을 분열시키는 조국

중앙일보 2012.11.05 00:45 종합 38면 지면보기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많은 교수가 대선후보 캠프로 들어갔다. 대부분 앞줄이나 2선에서 정책과 전략을 맡고 있다. 그런데 캠프와 섞이지 않으면서 정치활동을 하는 교수가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그는 문재인-안철수 ‘중매쟁이’로 나서고 있다. 공동 정치혁신위원회를 만들어 단일화로 가자고 제안했다. 단일화가 표류하면 촛불집회를 주도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가장 주목 받는 ‘비(非)캠프 폴리페서(polifessor)’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그는 정치혁신의 사도로 평가되고 있다. 과연 그는 단일화 혁신을 주창할 만큼 정의로운가. 그는 개혁의 계몽주의자로 나설 만큼 공정한가. 그리고 많은 이가 얘기하는 것처럼 ‘2017년 카드’의 자격을 갖추었나.



  조국 교수에 대해 가장 우려되는 건 분열주의적 사고체계다. 지난해 6월 ‘돌베개’는 스테판 에셀이 지은 『분노하라』를 출판했다. 에셀은 프랑스 레지스탕스 출신으로 94세였다. 그는 책에서 젊은이들에게 공분(公憤)의 가치를 역설했다. 에셀의 글 자체는 50여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데 출판사는 조 교수의 추천사를 붙였다. 조 교수는 한국 사회를 공분의 대상으로 매도했다.



  그는 이렇게 적었다. “국가의 최고 영역까지 금권의 충복들이 장악한 상태다. 금권이 전에 없이 이기적이고 거대하고 오만 방자하게 위세를 부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인지 삼성왕국인지 헷갈린다.” 조 교수는 재벌 문제에서도 균형감각을 잃어버리고 있다. 대기업이 살벌한 글로벌 경쟁에서 국가의 활로를 개척하는 건 외면한다. 하청업체를 포함해 수십만 근로자와 가족에게 일자리와 생계를 제공하는 건 덮어버린다. 그리고 도대체 국가의 최고 담당자들이 금권의 충복이란 위험한 논리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그는 적었다. “20 대 80의 법칙이 한국 사회에서는 5 대 95 법칙으로 변화하여 관철되고 있을지 모른다.” 한국에는 최상류층, 상류층, 중상(中上)층, 중산층, 서민, 빈곤층 등 6단계가 있다. 그런데 누가 5이고 누가 95인가. 5% 귀족을 빼고는 모두 서민이란 말인가. 자신이 속한 강남좌파는 5인가 95인가. 서울대 교수는 귀족인가 서민인가. 조 교수는 극단적인 2분법으로 사회를 찢으려 한다.



  그는 적었다. “이명박 정권은 ‘고소영’과 ‘강부자’만을 위한 정책을 실현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렇다면 보금자리 주택은 무엇인가. 햇살론이나 미소금융이 고소영을 위한 것인가. 4대 강 주변에 강부자가 사는가. 과거 태풍에 강물이 불어나 물에 갇혔던 이들은 고소영인가 서민인가. 4대 강 공사가 잘됐다고 지금 좋아하는 이들은 강부자인가 농민인가.



  그는 적었다. “종합편성 채널까지 확보한 주류 언론은 사주와 광고주의 이익을 대변하며 빈자와 약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특정 당파의 선전도구 역할을 하고 있다.” 판자촌 어린이의 좌절에 관한 시리즈를 연재한 신문이 어디인가. 호화결혼식을 비판하고 서민을 위한 ‘작은 결혼식’ 캠페인을 벌인 신문이 어디인가. 중앙일보요 조선일보 아닌가. 중앙일보는 민간인 사찰이나 내곡동 사저 의혹에 이명박 대통령이 관여한 게 드러나면 퇴임 후에 그를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좌파·진보매체가 야권 지도자의 스캔들을 그렇게 강도 높게 비판한 적이 있는가.



  조 교수는 대표적인 사회과학자다. 한국 최고 국립대학의 교수다. 사회과학의 생명은 이성(理性)과 균형이다. 그런데 조 교수는 편향된 시각으로 한국 사회를 매도한다. 공과(功過)라는 건 없고 그저 거의 모든 걸 부정해 버린다.



  이 시대를 사는 지식인이라면 한반도 문제를 종합적으로 비판해야 할 것이다. 조 교수는 남한에 대해선 “분노하라”고 외치면서 북한의 거악(巨惡)에는 침묵한다. ‘노크귀순’한 북한군 병사는 160㎝다. 인종을 이렇게 후퇴시키면서 김정은 정권은 김일성·김정일 숭배, 평양 위락시설, 불꽃놀이, 미사일에 수억 달러를 쓴다. 조국이 먼저 분노해야 할 곳은 어디인가. 조국인가 북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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