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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월성 1호기, 연장해도 안전” “이젠 못 믿는다, 폐쇄하라”

중앙일보 2012.11.05 00:31 경제 4면 지면보기
1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의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에서 직원들이 고장으로 멈춘 터빈 발전기를 해체하고 있다. 월성 1호기는 지난달 29일 직원의 조작 실수로 가동이 중단됐다. 올 들어 세 번째 고장으로 멈춘 월성 1호기는 대표적 노후 원전으로 오는 20일 30년 설계수명이 끝나 계속운전(10년 추가)을 추진 중이다. 주민들은 안전성을 믿기 어렵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경주=김준술 기자]


1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의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에서 직원들이 고장으로 멈춘 터빈 발전기를 해체하고 있다. 월성 1호기는 지난달 29일 직원의 조작 실수로 가동이 중단됐다. 올 들어 세 번째 고장으로 멈춘 월성 1호기는 대표적 노후 원전으로 오는 20일 30년 설계수명이 끝나 계속운전(10년 추가)을 추진 중이다. 주민들은 안전성을 믿기 어렵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가동 연장 논란’ 원전 현장 가 보니





월성 1호기는 오는 20일 설계수명(30년)이 끝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0년간 추가 ‘계속운전’을 추진 중이다. 이를 계기로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다. 1990년대 이후 매년 고장이 1건 나는 정도였다. 올 들어선 부품 고장으로 두 번이나 멈췄다. 지난달 29일엔 신입 직원이 스위치를 잘못 조작해 가동이 중단됐다. 주민들은 인재(人災)라고 비난했다.



 이번엔 원전 3층의 주조종실(MCR). 비상한 분위기는 다르지 않았다. 원자로와 터빈 엔진 등 100만 개가 넘는 부품을 통제하는 심장부답지 않았다. 벽엔 복잡한 단추와 계기판이 가득했지만 ‘개점휴업’ 상태였다. 사태 수습에 녹초가 된 이청구 월성원자력본부장은 “죄인 신세”라고 말했다. 원전 곳곳에 깔린 자괴감. 한국 최초의 중수로(重水爐) 원전을 책임진다는 자부심도 추락한 듯했다.



한국 최초의 중수로 원전인 월성 1호기 전경.
 월성 1호기의 공은 혁혁하다. 천연우라늄으로 데운 증기의 힘은 4개의 터빈 엔진을 돌려 67만㎾의 전기를 만들었다. 한수원 이호성 차장은 “1년 공급량이 50억㎾h로 대구·경북 주민이 모두 쓸 만큼 많은 양”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계속운전’ 허가를 받기 위해 2009년 4월부터 최근까지 7000억원을 들여 제어용 전산기 등을 교체했다.



 그러나 잇따른 고장에 주민 설득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연이은 고장에 불안해 못 살겠다. 차라리 원전을 폐쇄하라”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일단 주민 동의 없는 계속운전은 불가능하다. 최종 허가권을 쥔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기술적 안전성을 주로 평가하지만 반발 여론 등을 고려해 주민 의견도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주민 우려의 하나는 원전 폭발에 따른 방사성물질 유출이다.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때의 후쿠시마 원전 사례 때문이다. 당시 정전으로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며, 원자로가 식지 않았고 이때 발생한 ‘수소’ 때문에 원전이 폭발했다. 이후 월성 1호기 주변 주민들도 겁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안전장치’ 확보를 내세워 주민과 원안위를 설득 중이다. 예컨대 월성 1호기엔 ‘증기발생기’라는 장치가 있어 후쿠시마와 달리 정전 시에도 냉각수 공급이 가능하다. 또 일본의 경우 진도 3.0 이상의 지진이 1200회 발생했지만, 한국은 10회에 그쳤다. 한수원은 ▶해안 방벽 및 방수 시스템 구축으로 침수를 막고 ▶수소 제거 설비를 도입하는 등 50개 대책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의 찬반에 관계없이 월성 1호기는 20일부터 일단 멈출 가능성이 크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수명 완료 시점까지 물리적으로 심사를 끝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2010년 11월부터 시작된 심사의 법적 기한은 18개월. 그러나 문서가 오간 행정절차 등을 빼고 아직 6개월이 남았다는 게 원안위 계산이다.



 선진국은 어떨까. 현재 세계 각국의 453개 원전 중 151개에 대해 ‘계속운전’이 허용됐다. 한수원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뒤에도 미국·캐나다 등은 총 10개 원전의 ‘계속운전’을 승인했다.



 경제성보다 중요한 건 ‘핵 안전’이다. 서울대 황일순(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원전 기술은 다른 국가에 뒤지지 않는다. 다만 지난 2월 고리 1호기의 고장 은폐 등으로 신뢰가 떨어진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월성 1호기가 중단된 사이 심각한 전력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식경제부는 내년 1월 한파 때 절전 협조가 여의치 않을 경우 원전 1~2기만 중단돼도 정전 사태가 올 것으로 우려한다. 명지대 조성경(에너지공학) 교수는 “원전의 ‘계속운전’과 ‘폐로’ 여부를 결정할 정교한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준비에 소홀했다”며 “국민적 동의 아래 이에 대한 기준부터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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