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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의 똑똑 클래식] ‘외로운 악기’ 연주자들의 친구, 비발디

중앙일보 2012.11.02 04:11 11면 지면보기
클래식! 어렵고 딱딱하고 지루할 것 같지만 옛이야기를 듣듯 귀를 기울여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고전음악감상실 ‘더 클래식’의 대표이자 음악칼럼니스트인 김근식씨의 친절한 설명으로 클래식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는 기회를 만들고자 중앙일보 ‘천안·아산&’에서는 앞으로 매주 금요일 ‘김근식의 똑똑 클래식’을 연재한다.



플루트·비올라 연주곡 작곡



비발디(1678~1741)는 피아노가 발명되기 이전에 활동했기 때문에 피아노 음악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를 존경했던 바흐는 수많은 현악곡과 협주곡을 쳄발로로 편곡해 그 중 몇 곡은 원곡보다 오히려 널리 연주되고 있다. 피아노가 발명된 이후에 작곡활동을 시작한 모든 작곡가는 예외없이 피아노 독주곡이나 협주곡을 작곡해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을 때로는 괴롭히고 때로는 환희에 가득 차게 만들었다. 바이올린 또한 그 역사가 피아노보다 오래되었고 수많은 독주곡과 협주곡이 작곡됨으로써 연주자들이 곡을 선정하는데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음악에도 시장원리가 적용된다. 악기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피아노 아니면 바이올린에 몰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플루트나 바순, 첼로와 바이올린 사이에 끼어 빛을 발하지 못하는 비올라, 더블베이스라고도 하는 콘트라베이스를 전공하는 이른바 외로운 솔리스트들은 어떤 곡으로 입시를 치르고 실기고사를 보고 졸업연주회를 하고 독주회도 하는 것일까? 물론 바흐, 헨델, 모차르트, 슈베르트로부터 라흐마니노프, 번스타인에 이르는 대부분의 작곡가들은 희소악기 독주곡들을 제법 많이 작곡해 생각처럼 선택의 폭이 좁지만은 않다고 하지만 피아노가 발명되기 이전에 작곡활동을 한 비발디의 음악이야말로 외로운 솔리스트들에게는 구세주나 다름없다. 그의 작품번호 10-1번. 일명 ‘바다의 폭풍’이라고 알려진 이 음악은 플루티스트들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협주곡이다.



그뿐인가 작품번호 10-3 일명 ‘붉은 방울새’ 또한 플루트의 맑고 고운 음색으로 새의 울음소리를 묘사한 곡인데 그 매력은 어느 작곡가의 플루트 협주곡에 못지 않다. 그런가 하면 작품번호 392번부터 397번에 이르는 그의 비올라 협주곡 역시 비올리스트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다.



고향에서 구박받고 객지를 떠돌다 외롭게 죽어간 비발디는 외로운 악기를 사랑하는 솔리스트들의 영원한 벗이다. 비발디는 바이올린의 명수로서 전 유럽에 이름을 날렸으며, 생전에는 작곡가로서보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더 유명했다. 비발디 자신은 작곡가로서 더욱 알려지기를 바랐지만 당시 ‘골도니’라는 비평가는 그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비발디는 바이올린 주자로서는 만점, 작곡가로서는 그저 그런 편이고, 사제로서는 영점이다.”



하지만 바흐는 바로크 음악의 대들보라고 하는 7세 연상인 비발디에 대한 존경심으로 그의 현악 합주곡을 건반악기용으로 편곡하기도 했으며 바로크 음악 연구와 감상이 활발해진 오늘날 비발디는 코렐리, 바흐, 헨델의 음악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비발디는 실로 죽어서야 이름을 남긴 위대한 음악가다.



클래식 문의 041-551-5003 http://cafe.daum.net/theClassic



김근식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음악칼럼니스트

『오페라가 왜?』저술

고전음악감상실 더클래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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