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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박상인 하늘안 관광 대표

중앙일보 2012.11.02 04:11 4면 지면보기
박상인 하늘안 관광 대표는 가난했던 어린시절을 거울 삼아 지역의 소외계층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돈도 없고 배경도 없고 학력도 미천했던 한 청년이 불혹을 넘긴 나이에 작은 꿈을 이루고 지천명을 넘긴 나이에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다. 이제는 자신처럼 돈도 없고 배경도 없어 배울 수 없는 학생들과 어려운 시련 속에 살아가는 이웃들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한다. 묵묵히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박상인(53) 하늘안 관광 대표를 만나 굴곡 많았던 그의 인생을 들여다봤다.


“버스 안내원서 CEO 꿈 이뤄 이젠 어려운 이웃 챙겨야죠”

지금은 40대의 관광버스를 보유한 어엿한 CEO이지만 박상인 하늘안 관광 대표의 과거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내던 박 대표의 인생이 한순간 뒤바뀐 것은 공직자였던 아버지가 퇴직하면서부터다. 아버지가 퇴직 후 손을 댄 사업이 곤두박질치며 파산했고 가족은 하루 아침에 빚더미에 올라 앉아야 했다. 빚쟁이들에게 매일 쫓겨 다니던 아버지는 결국 빚쟁이들을 피해 잠적했고 박 대표는 초등학교 4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가장 역할을 짊어져야 했다. 당시 전교 회장까지 할 정도로 공부도 잘했던 박 대표는 가정 형편상 더 이상은 공부가 무리라는 생각에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축구부에 가입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운동을 하다 허리를 다쳐 더 이상 축구부에도 남아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고 끝내 눈물을 삼키며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그래서 박 대표의 최종 학력은 중학교 1학년 1학기가 전부다. 더더욱 박 대표를 힘들게 만든 것은 허리를 다친 후 걸어다니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살아갈 길은 점점 막막하기만 했다.



  “버스 기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어린 나이에 걷는 것이 힘들다보니 가만히 앉아서 운전하는 기사들이 부러웠겠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버스 기사가 될 수 있을까 알아보기 위해 이곳 저곳을 찾아 다녔어요. 그러다 버스 안내원이 되었죠. 당시에는 남자도 버스 안내를 했으니까요.”



  박 대표와 버스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18살의 나이에 안내원이 된 박 대표는 20살을 넘기면서 운전을 배우기 시작했고 24살에는 꿈에 그리던 시내버스 기사가 됐다. 박 대표는 하루하루가 즐거웠고 승객들과 마주하는 시간들이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그러다 여성 안내원을 괴롭히던 버스회사 간부와 작은 다툼이 벌어지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당시 박 대표는 못 배우고 가진 것 없는 설움을 느끼면서 또다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버스기사가 되고 싶다는 소원을 이뤘고 열심히 일했는데 회사에서 부당하게 대우를 받다 보니 화가 났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부당한 대우에 화가 난 것이 아니라 가진 것 하나 없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났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결심했죠. 반드시 회사를 차려 그날의 설움을 씻어내겠다고. 지금은 어느 정도 그때의 설움을 씻어 낸 것 같아요(웃음).”



  CEO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종잣돈을 모으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한 박 대표는 2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까지 고속버스 회사와 관광버스 회사를 옮겨 다니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그리고 2001년 2000만원의 종잣돈으로 박 대표는 버스를 1대 장만했고 그 1대의 버스가 지금은 40대의 버스로 늘어난 상태다. 끊임없는 노력이 막연하기만 했던 박 대표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박 대표는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 “내가 성공하면 반드시 나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당시의 굳은 결심을 서서히 실천해 가고 있다.



  “큰 부자는 아니지만 지금은 옛날처럼 끼니 걱정할 정도는 아니잖아요. 또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살 만큼은 됐으니 이제는 지역 사회에 조금씩 환원해야죠. 특히 어린 시절 내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일이니 큰 도움은 아니더라도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며 살고 싶습니다.”



  실제 박 대표는 직원 자녀들의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물론, 소외 계층을 위한 버스 지원, 소년소녀 가장을 위한 장학금 지원 등 다양한 후원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비인기 종목인 럭비협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남들이 다 마다하는 회장직을 수락해 활동하고 있다. 특히 각종 재난재해시 언제든 인명구조에 뛰어들어야겠다는 생각에 80시간의 응급처치 교육을 이수하고 현재 1365 구조단에서 고문을 맡고 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면 언젠가 내가 꿈꾸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생각에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왔다”며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 품었던 초심을 잃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며 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대표는 올 겨울에도 독거노인과 지역 소외계층을 위해 연탄 배달과 김장 담그기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글·사진=최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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