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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치즈에 으깬 호두 살짝 뿌리니, 음~고소해

중앙일보 2012.11.02 04:04 Week& 11면 지면보기
다 익어 벌어진 호두 열매 속에서 딱딱한 호두껍질이 반짝거린다. 우리가 흔히 보는 호두는 이렇게 연두색 바깥껍질에 싸여있다.
호두나무에 연두색 열매가 잔뜩 달렸다. 말랑말랑한 열매를 반으로 가르자 단단하게 여문 씨앗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소한 건강식품 호두다. 깊은 가을, 호두 수확철에 맞춰 전 세계 호두 교역량의 4분의 3을 생산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을 찾아갔다. 제철 맞은 호두의 다양한 요리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도움말은 샌디 도밍게즈 미국 그레이스톤 CIA 요리학교 셰프, 미셸 맥닐 캘리니아 호두협회 선임이사, 키년 고든 키년 요리서비스 대표 등에게 들었다.


굽거나 데치거나… 무궁무진 호두 요리법

35년째 호두를 수확하고 있는 나파밸리 마리아니 농장에서는 나무마다 가지가 늘어지도록 호두 열매가 달려 있었다. 사람 손으로 일일이 수확할 수 없는 규모다. 집게가 달린 대형 트랙터가 나무 기둥을 흔들어 열매를 떨어뜨리면, 청소기 같이 생긴 기계가 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쓸어 모아갔다. 기계가 미처 닿지 않은 호두는 인근에 서식하는 동물들의 몫이다. 잭 마리아니 농장 대표는 “떨어진 호두를 먹은 매ㆍ오리 등의 깃털이 밍크 털처럼 윤기가 난다”며 웃었다. 호두가 그만큼 몸에 좋다는 자랑이다.



훈제호두를 섞어 만든 샐러드.
으깨고 갈아라



호두를 맛있게 먹으려면 조리 과정이 필요하다. 곱게 갈거나 잘게 쪼갠 호두는 어느 음식에 섞어도 괜찮을 만큼 활용도가 좋다. 빵과 파이·과자 등은 물론이고 수프나 죽, 파스타, 볶음요리, 조림요리 등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간다. 샐러드나 스테이크 등의 토핑 재료로 활용해도 좋다. 다진 호두를 버터나 치즈에 섞어 호두버터·호두치즈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호두버터는 가염버터와 호두를 2대 1의 비율로 섞어 만든다. 가염버터를 포크나 거품기로 저어 크림상태로 만든 뒤 다진 호두를 섞으면 된다. 이때 꿀을 호두 양만큼 섞어 단맛을 더하면 바게트에 발라 먹기 좋은 소스가 된다. 구운 호두를 분쇄기로 곱게 갈아 크림치즈에 섞어도 어울린다. 이때 메이플 시럽, 계핏가루를 함께 넣어주면 맛과 향이 더욱 좋아진다.



늦가을 제철인 노란 호박 수프에는 호두로 크림을 만들어 끼얹어 먹으면 좋다. 호두크림을 만드는 법은 다소 복잡하지만 한 번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해 두면 다양한 음식에 활용할 수 있다. 중간 크기의 냄비에 설탕을 넣고 2~3분간 저으면서 황갈색이 되도록 녹이는 게 호두크림 만드는 첫 번째 단계다. 여기에 버터와 조각 낸 호두를 넣고 불의 세기를 중간 정도로 낮춘다. 호두가 갈색으로 변하면 닭고기 육수를 넣고 호두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뚜껑을 닫고 20분 정도 끓인다. 여기에 생크림과 메이플 시럽을 넣은 뒤 믹서로 돌려 퓨레 상태로 만들면 된다. 이후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추면 완성이다. 호두를 1컵 정도 사용할 경우 설탕 3큰술, 버터 3큰술, 닭고기 육수 1컵, 생크림 반 컵, 메이플 시럽 3큰술 정도가 필요하다.



스테이크 위에 토핑할 때는 그냥 뿌리는 것보다 바삭한 ‘크러스트(빵 껍질)’ 형태로 만들면 더욱 고소하다. 호두 토핑은 육류 스테이크보다 연어나 넙치 등 생선이나 닭고기 스테이크에 더 잘 어울린다. 생선·닭고기의 담백한 맛과 호두의 고소한 맛이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다. ‘호두 크러스트 연어’는 연어 위에 호두 크러스트 반죽을 얇게 바르고 오븐에서 구우면 된다. 크러스트 반죽은 빵가루와 잘게 다진 호두, 버터를 섞어 만든다. 빵가루와 호두를 4분의 1컵씩 사용했다면 버터 양은 4큰술 정도가 알맞다. 크러스트 반죽을 하기 귀찮다면 생선 위에 버터를 먼저 바르고 그 위에 ‘빵가루+호두’ 혼합물을 뿌려 오븐에 넣어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샌디 도밍게즈 미국 CIA 요리학교 셰프가 훈제한 호두에 소스를 묻힌 뒤 펼쳐 식히고 있다.
구운 호두가 더 맛있다



호두는 그냥 먹는 것보다 구워 먹을 때 더 맛있다. 견과류 특유의 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호두를 굽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기름을 살짝 두르고 구워도 되고, 그냥 구워도 좋다. 오븐을 이용할 때는 쿠키팬에 호두를 놓고 섭씨 170도 정도에서 7~10분 정도 굽는다. 중간중간 상태를 확인해 노릇노릇하게 될 때 꺼내면 된다. 전자레인지에 구울 때는 5~6분 정도 걸리는데, 2분에 한 번씩 호두를 뒤집어 줘야 한다. 프라이팬으로는 중불~센불에서 3~5분 정도 자주 저어주며 굽는다.



훈제 기법을 활용해 구우면 더욱 맛있는 호두를 만들 수 있다. 훈제 호두를 만들 때는 오향분이 유용하다. 오향분은 산초·팔각·회향·정향·계피 등 5가지가 섞여 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향신료다. 훈제용 냄비로는 지름 40㎝ 이상 넉넉한 크기가 좋다. 냄비 바닥에 호일을 깔고 쌀과 설탕·오향분·홍찻잎을 넣는다. 그 위에 석쇠를 놓고 무명천을 깐 뒤 호두를 올린다. 호두 위에 축축한 키친타월을 덮고 냄비 뚜껑을 닫은 채 센불에 올리면 된다. 연기가 나기 시작한 뒤 10분 동안 더 훈제하고 불을 끈 다음 40분간 그대로 둔다. 쌀과 설탕 등이 타면서 내는 독특한 향이 호두에 배어들면서 마치 숯불에 구운 듯한 풍미가 난다. 재료 양은 호두 900g 기준으로 황설탕 반 컵, 백설탕 반 컵, 쌀 1컵, 찻잎 1컵, 오향분 2큰술 정도가 적당하다.



1 호두 크림을 얹은 호박 스프.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조화를 이룬다. 2 다진 호두 소스를 곁들인 브로콜리니 요리. 기름진 호두의 향미가 채소 요리 맛을 풍성하게 만든다. 3 ‘호두 크러스트’를 얹은 연어 스테이크. 4 호두와 아보카도, 올리브유와 식초·소금·물 등을 함께 으깨 만든 소스. 빵에 발라먹기 좋다. [사진 캘리포니아 호두협회]


훈제 호두에 매콤달콤 짭조름한 양념소스를 덧입혀 먹어도 맛있다. 갈아 놓은 홍고추 1큰술, 오향분 1작은술, 오렌지 제스트(껍질을 얇게 잘라 다진 것) 2개 분량, 황설탕 1작은술, 후추 2큰술, 소금 3분의1 컵, 땅콩기름 4분의 1컵, 스타아니스(팔각) 1개를 모두 섞어 약한 불에서 15분간 가열한 뒤 훈제 호두가 식기 전에 끼얹어 섞으면 된다. 호두가 식으면서 양념이 딱딱하게 ‘코팅’돼 먹을 때 바삭한 느낌을 즐길 수 있다. 이렇게 만든 훈제 호두를 살짝 부숴 샐러드에 섞어 먹으면 맨 호두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간다.



굽는 대신 살짝 데친 호두를 요리에 활용할 수도 있다. 데쳐 사용하면 씹는 느낌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끓는 물에 깐 호두를 넣고 불을 끈 뒤 2분 정도 뒀다 물기를 빼면 된다.



나파밸리=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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