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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은희경·신경숙 … 그들은 낯선 곳에서 뭘 보았을까

중앙일보 2012.11.02 04:04 Week& 4면 지면보기
낯선 도시에서 소설가의 가슴엔 어떤 언어가 차오를까. 뮤지션이 꿈꾸는 휴가는 뭘까. 지난해 week&은 문득 ‘그들’의 여행이 궁금해졌다. 그들에게 여행의 의미를 묻고 싶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믿을 만한 안목의 소유자를 수소문했다. 그러고는 제안했다.


week& ‘나의 여행 이야기’ 엮어 단행본 『안녕 다정한 사람』 펴내

“일주일간 여행을 보내드립니다. 어디든, 꿈꾸던 장소로요. 조건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곳 공기를 담뿍 담은 여행기 한 편이면 됩니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열 명의 유명인이 기꺼이 수락했다. 소설가 김훈을 비롯해 은희경·신경숙·백영옥과 영화감독 이명세,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셰프이자 에세이스트인 박찬일, 뮤지션 장기하·이적. 가장 먼저 합류한 이는 이병률 시인이었다. 베스트셀러 여행 에세이 『끌림』의 작가인 그는 열 번의 여행에 모두 동행해 사진을 남기기로 했다. 여행 경비는 삼성카드가 협찬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한 달에 한 번 week& 커버스토리에 연재된 ‘나의 여행 이야기’는 지난 8월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 1년 가까운 대장정이 2일인 오늘, 출판사 ‘달’에서 단행본으로 엮어져 나온다. 『안녕 다정한 사람』. 연재 당시 한정된 지면상 못 다한 얘기를 더해, 저마다의 글 맛이 더 웅숭깊어졌다.



편지봉투를 닮은 겉장을 열면 첫 주자 은희경 작가가 고개를 내민다. 태양이 화염처럼 작열하던 지난해 늦여름, 그는 봄이 갓 움튼 호주 포도밭으로 숨어들었다. 그에게 여행은 낯선 사람이 됐다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탄력의 게임. ‘당신은 이런 사람’이란 세상 모든 잣대를 내던진 채 작가는 벌거벗은 감각으로 밀회를 즐긴다. ‘와인’이란 이름의 애인과 함께…. 부러 순서를 맞춘 것도 아닌데 여류 작가의 기민한 문장은 읽는 이의 감각을 흔들어 깨운다. 남은 여정에 온전히 몸을 실을 수 있도록.



장기하와 이적은 각기 영국과 캐나다에서 음악에 취한다. 흥미로운 건 그들 역시 누군가의 팬이란 사실이다. 이적은 세라 맥라클란의 라이브를 듣기 위해 퀘벡 체류 일정을 늘리고, 장기하는 폴 매카트니 콘서트에서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20년 만에 새삼 자신의 ‘팬심’을 재확인한다.



여행이 늘 일탈은 아니다. 김훈 작가에게 여행은 세계를 관찰하는 ‘노동’이다. 서태평양의 섬들로 이루어진 미크로네시아 연방에서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일본군의 최남단 전진기지였던 축 섬을 클로즈업한다. 그러면서 당시 강제 징집된 숱한 한인의 애먼 죽음을 애도한다. 그의 북받치는 감정은 대부분 언어화되지 못하고 마음속 변방으로 가서 저문다. 언젠가 알맞은 때를 기다리며….



1 서태평양의 미크로네시아 연방에서 김훈 작가는 축 섬이 기억하는 우리네 한인의 아픈 역사를 마주했다. 2 뮤지션 장기하는 영국 리버풀로 날아갔다. 비틀즈 박물관 ‘비틀즈 스토리’에서 그 전설적인 밴드를 영접하기 위해. 3 은희경 작가는 봄이 갓 움튼 호주에서 와인을 벗하며 대자연을 만끽했다.


지난해 홍수에 잠긴 태국에서 첩보영화 ‘미스터 K’의 밑그림을 그린 이명세 감독의 여행기는 그가 영화에서 하차하며 더욱 귀한 글이 됐다. 그리운 곳으로 향하는 것 또한 여행이다. 신경숙 작가는 1년간 머물렀던 뉴욕 맨해튼으로 날아가 자신이 쓰던 원룸의 탁자 모서리에 닿던 팔꿈치의 감각을 추억한다. 1만5000원.



나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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