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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정부, 유경호텔에 5억 달러 투자 추진

중앙일보 2012.11.02 03:00 종합 1면 지면보기
김대중 정부가 국가정보원을 통해 평양 유경호텔 건설에 5억 달러를 투자키로 하고 스위스에서 남북 간 협의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적인 호텔체인 켐핀스키 그룹의 레토 위트워 회장은 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조찬강연회를 하면서 “유경호텔에 5억 달러를 투자하는 문제와 관련해 스위스에서 남북 간 회동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이철 스위스 주재 북한 대사가 나에게 유경호텔 투자자를 소개해 달라고 계속 부탁했었다”며 “그때 한국 정보기관 사람이 나를 찾아와 한국이 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공개했다.


스위스서 남북 회동 가져
전 국정원 간부 “공작 차원”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전직 국정원 고위 당국자는 “김대중 정부 때 국정원이 유경호텔에 대한 자금 제공을 북한 측과 논의한 것은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대북 공작 차원에서 추진됐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국적인 위트워 회장은 이철과 18년간 친분을 쌓았으며, 지금도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 이철은 20년간 스위스에 머물며 김정일의 비자금 관리를 맡았다. 또 김정은 의 유학생활을 챙겼고, 2010년 평양 귀환 후 합영투자위원장 등을 지냈다.



위트워 회장은 “정보기관원은 ‘한국 돈이라는 게 알려지지 않게 하되 어느 순간에 이르러선 북한이 알 수 있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면서 “나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기관원에게 조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얼마 뒤 남북한과 내가 함께 만나 투자 문제를 논의했지만 한국 측이 너무 북한을 몰아세운 바람에 성사되지는 못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남북한이 만난)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가을이었던 것으로 생각난다”고 덧붙였다.



 켐핀스키 그룹은 내년 여름 부분 가동될 유경호텔의 운영권을 갖고 있다. 유경호텔은 김일성이 1987년 세계 최고 높이인 105층(높이 330m)짜리 호텔을 짓겠다며 프랑스 기술로 공사를 시작했으나 경제난으로 92년 중단돼 흉물로 방치돼 왔다. 2008년 이집트 통신사 오라스콤이 투자해 최근 외벽유리 공사가 마무리되는 등 진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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