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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들 부담 큰 육아도우미 비용 … 소득공제는 없다

중앙일보 2012.11.02 01:50 종합 6면 지면보기
1일 오후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직장맘 서주원(32)씨 집에서 육아도우미(왼쪽)가 서씨의 딸 재인(1)양을 돌보고 있다. 하루 11시간가량 아이를 봐준다. [신인섭 기자]


서울 양평동에 사는 맞벌이 워킹맘 유모(35)씨는 요즘 무상보육 얘기만 나오면 화가 난다. 전업주부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무료인데 자신처럼 입주 육아도우미를 둔 사람한테는 아무런 혜택이 없어서다. 유씨는 중국동포 도우미에게 아들(5)과 딸(1)을 맡기고 월 160만원을 준다. 둘째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합쳐 6개월 쉬고 복직하면서 입주 도우미를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유씨는 “애가 둘인 데다 남편도 나도 직급이 올라가니 일찍 퇴근하기가 어려워 입주 아줌마 없이는 견디기 어렵다”며 “(자신의) 월급 절반 이상이 아줌마 인건비로 나간다”고 말했다.

매달 100만~200만원 드는데 …
전업주부 어린이집 보내면 공짜
맞벌이는 일부 저소득층만 지원



 유씨처럼 육아·가사도우미를 둔 맞벌이 부부들의 불만이 많다. 입주 도우미 인건비가 매년 오르는데도 현금 지원은 고사하고 소득공제 혜택이 없어서다. 특히 올해부터 0~2세 무상보육이 도입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 내년에는 3, 4세도 무상보육이 된다니 더 답답하다.



0~5세 보육·교육에 연간 10조원 이상 들어가지만 맞벌이 부부에게는 저소득층(하위 15%)에 한정해 연간 1000억원의 양육수당만 지원한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육아·가사 도우미는 17만 명(2009년 기준)이다. 그 이후 증가세를 감안하면 20만 가구가 도우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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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자녀 1명을 둔 가정(집 면적 88㎡)이 중국동포 도우미를 두려면 월 150만원(한국인은 180만원)이 든다. 애가 둘이면 20만~30만원이 더 붙는다. 워킹맘 이모(33·서울 잠실동)씨도 4년째 중국동포 도우미와 함께 산다. 3년 전 월 140만원이던 도우미 월급이 170만원이 됐다. 이씨는 “매년 월 10만원씩 올렸는데 더 이상 감당이 안 돼 요즘엔 핸드백이나 화장품 같은 선물로 대신한다”고 말했다. 알선 업체들이 임금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서울 서초동의 S직업소개소 이응민 사장은 “매년 10만~20만원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맞벌이 직장맘들의 고민은 또 있다. 신뢰할 수 있는 도우미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중개 업체가 제공하는 도우미 관련 정보는 주민등록증(또는 외국인 등록증)이나 건강검진 자료가 전부다. 중국동포 이모(63·여)씨는 폭력배를 동원해 전 남편을 협박하고 돈을 갈취한 혐의로 한국에서 추방된 적이 있다. 서울 강남의 한 가정집에서 5년 넘게 입주 육아도우미로 일했지만 주인은 이 사실을 몰랐다. 가짜 신분증으로 입국했기 때문이다.





 도우미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해고되거나 다쳐도 실업수당이나 산재보험 혜택을 보지 못한다. 10년 경력 육아도우미 홍모(52·서울 종로구 신영동)씨는 “돌보는 아이가 아프면 내 책임인데, 내가 아프면 어디서도 보상받을 데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제노동기구(ILO)가 가사노동협약을 채택해 이들을 보호하도록 했다. 한국은 찬성표를 던졌지만 아직 국회에 협약 비준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육아정책연구소 이미화 선임연구위원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입주도우미를 관리하고 그 이후에 소득공제 등으로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결책은 간단하지 않다. 사적 계약으로 이뤄지는 도우미 월급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 기획재정부 김형돈 조세정책관은 “기부금영수증도 허위 발급할 정도인데 도우미 월급을 어떻게 확인하느냐”며 “소득공제 혜택이나 효과에 비해 행정 비용이 너무 들게 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소득공제를 하면 도우미 월급에 세금을 매겨야 하는데 이로 인해 월급이 더 오를 수도 있다.



 도우미를 근로자로 인정하려면 근로기준법 등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과 임동희 서기관은 “가정 내 노동은 관리·감독하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검토할 게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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