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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 교사 노조 활동 1778일 만에 합법 판결

중앙일보 2012.11.02 01:31 종합 14면 지면보기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학습지 교사와 위탁사업 계약을 해지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특수고용직 근로자로 분류해온 학습지 교사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첫 판결이다.


행정법원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이번 판결 적용 대상자 10만 명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박태준)는 1일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과 ‘재능교육’ 학습지 해고자 유모씨 등 8명이 “해고가 부당하니 구제해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학습지 교사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재능교육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학습지 교사들이 근무 대가인 수수료만으로 생활하면서 상당한 정도로 재능교육의 지휘·감독을 받아왔다”며 “대등한 교섭력 확보를 통한 노동자 보호라는 노동조합법 취지를 고려할 때 원고를 근로자로 인정해 단체교섭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의 적용을 받는 학습지 교사는 10만 명에 이른다. 이 밖에도 회사 지휘와 감독은 받고 있지만 근로계약이 아닌 자영업자로서 일하는 특수고용직 근로자는 화물차 기사 35만 명, 보험설계사 20만 명, 레미콘 기사 2만3000명, 골프장 캐디 1만5000명 등 20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특수고용직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으로 보호를 받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은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이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느냐는 법원마다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골프장 캐디의 경우 지난해 8월 서울고등법원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단체교섭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레미콘 기사는 2003년 대법원에서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았고 보험설계사 등도 여전히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통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를 구별하지 않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이를 구별하는 판결이 났다”며 “상급심의 판결을 받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이 노조 활동을 인정받기까지 1778일이 걸렸다”며 “이번 판결이 특수고용직 근로자인 퀵서비스 종사자, 방송작가 등이 노동 3권을 보장받게 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상화·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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