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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스마트폰 교복 입고 가져가도 … 옜소, 현찰 30만원

중앙일보 2012.11.02 01:29 종합 14면 지면보기
지난 6월 고등학생 김모(16)군은 정모(16)군 등 친구들 앞에서 현금 30만원을 꺼내보였다. 훔친 스마트폰을 판 돈을 자랑한 것이었다. ‘한 탕에 한 달 아르바이트한 것보다 더 많이 벌겠다’고 생각한 이들은 서울 강북 일대에서 2~3명씩 짝을 지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스마트폰 날치기를 시작했다. 김군은 이미 찜질방에서 스마트폰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상태였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6~9월 아홉 차례 걸쳐 모두 820만원어치 스마트폰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김군 등 10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김군 등은 경찰에서 “인터넷 광고로 알게 된 장물업자에게 훔친 스마트폰을 팔았다”고 진술했다.


[현장추적] 10대 절도 부추기는 어른들
인터넷에 버젓이 “폰 사요” 광고
알바보다 짭짤해 중·고생 유혹
절도 작년 1972건, 올 벌써 7480건

 10대들이 스마트폰 절도의 유혹에 쉽게 빠지고 있다. 쉽게 훔쳐 비싼 값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30일에는 3개월 동안 서울시내 찜질방을 돌아다니며 스마트폰 40대를 훔쳐 팔아 2700만원을 챙긴 최모(16)군 등 10대 청소년 10명이 검거됐다. 이들의 범행 대상은 주로 찜질방에서 술에 취해 잠자는 사람들이었다. 지난달 16일 학교와 병원에서 스마트폰 36대를 훔친 송모(16)군 등 10대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시내에서 발생한 스마트폰 절도 건수는 지난해 1972건에서 올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7483건으로 급증했다. 경찰 관계자는 “취객을 상대로 택시기사들이 훔치는 경우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중·고생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화 한 통이면 두세 시간 안에 훔친 스마트폰을 현금화할 수 있는 환경이 10대들의 스마트폰 절도를 부추기고 있다.



 기자는 지난달 30일 오후 포털사이트에 ‘습득폰’이라고 검색해 알아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사장’(불법 매입업자)에게 “중고 갤럭시노트를 팔겠다”며 “주운 건데 괜찮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사장은 웃으며 “걱정 말고 ‘콜기사’에게 물건을 주고 현금을 받으라”고 대답했다. 그날 밤 9시 약속장소인 영등포구청역 인근에서 콜기사 김모(35)씨를 만났다.



 김씨는 처음 보자마자 “경찰이랑 같이 온 것 아니냐”며 경계했다. 김씨의 설명에 따르면 콜기사들은 주로 서울·수도권 지역을 돌아다니며 하루에 7~8대의 스마트폰을 받아간다. 그는 “파는 사람은 주로 10대나 20대 초반들이 많다”며 “교복 입은 채 나를 만나 한 번에 2~3대씩 파는 애들도 있다”고 말했다. 훔친 물건이 분명하지만 무조건 사준다는 것이다. 그는 “매입 대금은 아침마다 통장으로 입금되고 하루 동안 사들인 스마트폰은 사장이 정해준 장소로 가 퀵서비스로 사장에게 보낸다”고 말했다. 취재 목적을 밝힌 뒤 전화 통화에서 사장은 “내 밑으로 콜기사가 8명쯤 있고 하루 사들이는 스마트폰은 60~70대 정도”라고 밝혔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분실·도난된 스마트폰을 대규모로 사들여 중국으로 밀반출한 이모(31)씨를 지난 8월 구속기소했다. 이씨가 사들인 스마트폰은 5840대(10억 9780만원어치)였다. 갤럭시3·아이폰4S는 30만~35만원, 갤럭시 노트는 15만원, 갤럭시2·아이폰4는 10만~12만원 선으로 장물 스마트폰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아이들에겐 ‘안테나 달린 현금’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웅혁(행정학) 경찰대 교수는 “스마트폰은 훔치기 쉽고 처분이 빠르며 가격도 비싸 청소년들에겐 매력적인 절도 표적물”이라며 “청소년들의 절도를 부추기는 장물업자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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