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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연금을 양극화 해법으로

중앙일보 2012.11.02 00:47 종합 33면 지면보기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인구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된 국민연금이 ‘재원 고갈’과 ‘푼돈 연금’이라는 이중 딜레마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개혁은 ‘우리 세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10월 26일자 중앙일보 사설). 국민연금이 이렇게 ‘골칫덩이’로 전락하게 된 이유는 그동안 제도의 변경과 기금의 운영이 애초 취지와는 달리 지나치게 근시안적으로 추진되어 왔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 당시에는 평균 소득 대비 급여수준(소득대체율)이 60%로 설계되었으나 2007년 개혁과정에서 보험료율은 현행 9%를 유지하면서 급여수준은 2008년에 60%를 50%로 인하하고 2009년부터는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40%로 축소하는 내용으로 변경되었다.



 국민연금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급여 수준과 질은 개선하고 보험료 부담은 상향 조정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추진돼야 함을 잘 알 수 있다. 우선 보험료율 측면에서 한국은 9.0%로 OECD 평균 21.0%보다 월등히 낮다.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보험료율이 15%는 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재정 추계를 감안할 때 보험료율의 인상은 불가피하고, 그 목표치는 적어도 15% 수준이 돼야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2010년 현재 GDP 대비 적립기금의 비율이 27.6%로 OECD국가 중 가장 높고 이 비율은 앞으로 계속 증가해 2035년에는 51.0%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보험료율 인상은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입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적립기금의 기형적 팽창도 억제할 수 있다.



 국민연금 논쟁에서 핵심은 적정한 급여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다. 공공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적어도 60% 수준은 돼야 안정적 노후생계를 보장할 수 있다는 ILO의 권고를 참작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군인연금과 공무원 연금 등 기존의 공공연금이 70%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제도와의 형평성을 고려하더라도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50%는 웃도는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 또한 급여수준의 양적 개선과 동시에 질적 개선을 위한 노력도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취업서비스 확대, 출산 인센티브 제고 등의 연금가입자를 위한 각종 서비스를 사회투자전략적 차원에서 강화함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출산율 제고는 물론 연금재정의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인구고령화와 노인빈곤층의 확대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양극화가 심화한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따라서 국민연금개혁은 현재 한국에서 대표적 복지 사각지대인 노인빈곤문제를 해소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전혀 별개로 운영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과 통합해야 한다. 이 경우 국민연금 미가입자의 기초노령연금은 국고가 부담하는 원칙을 확고히 세워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연금 등 각종 연금과의 연계체계를 보다 공고히 함으로써 공공연금의 비대화를 방지하면서 안정된 노후생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대책도 아울러 개혁방안에 포함돼야 한다.



 끝으로 지적할 것은 2012년 현재 340조원, 2043년에는 2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적립기금은 우리가 국가경제의 발전과 양극화 해소에 활용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공적 재원이라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적립기금은 뚜렷한 국가적 목표가 설정되지 않은 채 그때 그때 상황변동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운영해 왔다. 특히 적립기금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국내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해지면서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적립기금을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업에 활용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함으로써 국민연금을 다가오는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고 국가발전 현안을 동시에 해결하는 정책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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