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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아이폰은 ‘다케시마폰’인가

중앙일보 2012.11.02 00:47 종합 33면 지면보기
장세정
정치부문 기자
독도의 표기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논란에 난데없이 애플이 끼어들었다. 애플은 이달 초 새 아이폰 운영체제(iOS6)에 탑재된 지도에서 독도 표기 방식을 변경하기로 했다.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터치로 독도를 검색할 경우 한국에선 독도로 표기되지만, 일본에선 다케시마(竹島)로 표기된다. 한국에선 한국땅, 일본에선 일본땅이라고 양다리를 걸쳤다. 또 한·일을 제외한 제3국에서는 ‘리앙쿠르암(Liancourt Rocks)·독도·다케시마’ 순서로 병기하기로 했다.



 애플의 편향적 시각은 7월 iOS6 시험판을 내놓으면서 다케시마와 리앙쿠르암만 표기하고 독도를 제외했을 때 이미 확인됐다. 당시 동북아역사재단 장동희 국제표기명칭대사는 미국의 애플 본사를 찾아가 항의했다. 그 결과 9월 19일 애플코리아는 iOS6 최종판(골드마스타버전)을 통해 제3국에서 독도만 단독 표기하겠다고 장 대사에게 알려왔다고 한다. 그러다 애플은 이달부터 제3국에서 세 가지 이름을 병기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애플 측은 “일본 시장이 한국보다 크기 때문에 본사로선 사업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한다. 돈 많이 버는 시장을 존중하겠다는 자세다. 덩치가 작은 한국이 굽히고 살라는 뜻 아닌가.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돈 앞에 진실을 외면하거나 왜곡한다면, 이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브래태니커가 일본 시장을 의식해 종군위안부나 난징(南京) 학살 항목을 없앴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다국적기업이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에 도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뿐 아니다. 구글도 자사 지도 업데이트를 통해 독도의 명칭을 ‘리앙쿠르암’으로 변경했으며 독도의 한국 주소를 삭제했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미국 정부도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못한 사안에 대해 두 미국 기업은 마치 국제사법재판소(ICJ)라도 되는 듯 판단을 내렸다.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1일 “정부는 애플의 그런 입장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표기방침 변경을 지속적으로 교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또 독도 표기를 변경한 구글과 애플이 모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뒀다는 점을 고려해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을 통해 서한을 발송하는 등 우리 측 요구를 다시 한번 강력히 제기하겠다”고 했다.



 말은 그럴듯한데, 어째 좀 약해 보이지 않나. 기업은 비즈니스 관점에만 따르므로,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인정하도록 하는 것도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카드는 결국 소비자가 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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