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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의 어퍼컷] EBS ‘다큐프라임’의 새로움 … 경제·정치 교과서 역할 톡톡

중앙일보 2012.11.02 00:46 종합 22면 지면보기
미국·러시아 등 취재를 통해 ‘선거전’의 모든 것을 파헤친 EBS ‘다큐프라임-킹 메이커’. [사진 EBS]
요즘 EBS ‘다큐프라임’(월~목 밤 9시 50분)이 화제다. KBS·MBC 등 거대 방송사 다큐멘터리와 차별화된 ‘작지만 강한’ 프로그램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우선 9월 말 방영된 5부작 ‘자본주의’(정지은 연출)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TV 경제학 교과서’‘반드시 봐야 할 프로그램’이라는 호평이 잇따랐다. 지난달 29~31일 방송된 대선기획 3부작 ‘킹 메이커’(이주희 연출)도 히트를 쳤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경제와 선거라는 익숙한 소재를 다뤘지만, 색다른 접근방식을 취했다. 눈높이를 일상적 수준으로 낮추고, 쉬운 언어와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다.



 가령 ‘자본주의’는 “왜 나는 열심히 사는데 계속 빚을 지게 되는지” “왜 낙오자들이 생기는지” “왜 은행은 자꾸 대출 정보 문자를 보내는지” 같은 극히 일상적인 문제에서 출발했다. 단지 현대인의 교양일 뿐 아니라 ‘금융지능’이라고 명명한, 금융자본주의 시대 생존에 필수적인 정보와 내용도 포함했다.



 ‘킹메이커’는 선거전을 해부했다. 내거티브 전쟁, 중도파를 끌어오기 위한 전략, 선거에서 언어의 역할 같은 구체적 이슈를 다뤘다. 내거티브전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1988년 미국 대선, 96년 러시아 대선을 재현했다. 뇌과학 실험을 통해 중도파의 정체도 밝혔다.



 88년 미 대선에서 내거티브공세에 밀려 참패한 마이클 듀카키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등을 통해 정치에서 ‘프레임’의 역할을 강조한 조지 레이코프 등 전문가들을 취재했다. ‘자본주의’ 역시 해외 석학들에 대한 방대한 취재로 화제가 됐다.



 형식의 새로움도 눈길을 잡았다. 세련된 그래픽, 재연배우를 동원한 드라마적 구성, 효과적인 배경음악 등이다. ‘자본주의’에서는 케인즈·하이에크 등 어려운 현대경제학 이론을 랩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나레이터로 나선 황인용(‘자본주의’), 손석희(‘킹메이커’) 역시 프로그램의 성격을 잘 살렸다는 평이다.



 ‘다큐프라임’은 경제적이다. 최근 대형화 바람을 타면서 자연이나 문명, 오지탐험 등으로 치닫고 있는 여타 공영방송들의 다큐와 구분되는 지점이다. 이런 대형 다큐 제작비가 3~4억원대인 반면 ‘다큐프라임’의 제작비는 간판 프로라도 편당 1억이 못된다.



 ‘자본주의’를 연출한 정지은 PD는 2009년 ‘다큐프라임-아이의 사생활’로 주목을 받았었다. 이번에 자본주의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 특정 입장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을 발휘했다. 그는 “주부로서 가졌던 실질적인 경제문제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다. 그때그때 시사 이슈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려고 노력한다. 5년 후, 10년 후에도 볼 수 있는 스테디셀러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킹메이커’의 이주희 PD는 “‘다큐프라임’팀 내부 경쟁이 만만치 않아 늘 차별화를 고민하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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