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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릿빠릿하고 맡은 일에 책임 한국인 차 디자이너 환영받아”

중앙일보 2012.11.02 00:41 경제 6면 지면보기
도요타자동차 이정우 선임 디자이너가 1일 서울 광장동 W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벤자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목이 뻣뻣했다. 한참 동안 스케치에 몰두한 탓이다. 고개를 뒤로 젖혀 사무실 시계를 보니 벌써 자정을 넘긴 시간. 한 번 몰입하면 18 시간이 금세 가고, 가끔 꼬박 밤을 새우기도 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한국인 동료 디자이너들이 보였다….”

도요타 신차 ‘벤자’ 디자인한 이정우
동료 30명 중 10명이 한국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 많이 채용



 도요타자동차의 미국 디자인센터인 ‘칼티 디자인연구소’에서 일하는 이정우(45·미국명 정 리) 선임 익스티리어(외관) 디자이너의 얘기다. 그는 도요타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벤자’를 디자인한 인물. 1일 서울 광장동 W호텔에서 열린 벤자 국내 출시 행사 참석차 방한한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창의성은 물론이고 일이 맡겨지면 매달려 떨어질 줄 모르는 근면함과 성실함, 그게 지금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환영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가 있는 칼티 디자인 연구소 디자이너 30여 명 가운데 10명이 한국 출신이다. 2005년까지만 해도 한국인 디자이너는 한 명이었다. 이씨는 “한국 출신 디자이너들은 일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맡은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경향이 있다”며 “믿을 만하고 빠릿빠릿하다는 평판이 쌓이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 디자이너를 많이 쓰고 있다”고 전했다.



 도요타가 디자인 측면에서 가장 위협적으로 느끼는 브랜드로는 현대·기아차를 꼽았다.



 “도요타 디자이너들도 현대·기아차의 디자인이 혁신적이고 트렌디하다고 호평하며 꼼꼼히 연구하고 있다.”



 자동차가 무작정 좋았다는 그는 한국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1988년 미국 유학을 떠났다. 자동차 디자인 분야 명문인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을 졸업한 뒤 97년 포드 디자인 스튜디오 인턴을 거쳐 99년 GM에 입사했다.



 7년간 새턴·에이팩스·허머 디자인에 참여한 뒤 2005년 도요타로 옮겼다. ‘은퇴한 중장년층을 위한 차를 만들라’는 미션으로 벤자 개발을 시작했다. 자녀를 결혼시키고 부부만 남게 되면 과거에는 집도 차도 줄였는데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후에도 젊고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서 SUV와 세단을 접목한 새로운 스타일의 차량을 만든 게 벤자다. 골프백 4개가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넉넉한 트렁크 공간을 갖췄고, 시야가 넓어 운전하기 편리하다는 SUV의 특징에 차체가 너무 크지 않아 타고 내리기 편하다는 세단의 장점을 녹였다. 2.7L 휘발유 모델(4700만원)은 184마력에 연비는 L당 9.9㎞, 3.5L 휘발유 엔진(5200만원)은 272마력에 연비는 L당 8.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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