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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광주서 마트 열자마자 산 새송이 무안서 새벽 6시에 따온 겁니다

중앙일보 2012.11.02 00:37 경제 4면 지면보기
이마트 광주점 ‘로컬푸드’ 코너에서 고객이 갓 나온 새송이를 살펴보고 있다(사진 위). 이 새송이는 전남 무안 어덩턱영농조합법인 등 인근에서 보내온 것이다. 이렇게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은 낮추고 신선도는 높였다. 아래는 어덩턱영농조합법인 나태운 사장(오른쪽)과 부인이 새송이를 돌아보는 모습. [사진 이마트]


1일 찾은 전남 무안의 1980㎡(약 600평) 규모 새송이농장. 어덩턱영농조합법인 나태운(55) 사장은 매일 오전 6시 일어나자마자 집 뒤 농장을 찾아 나무판에서 자라는 물기 머금은 새송이들을 딴다. 300t가량을 인부 10명·부인과 함께 새벽에 따고, 이를 각 300g 정도로 나눠 봉지에 포장한다. 포장지엔 나 사장의 캐리커처와 연락처가 들어가 있다. 이렇게 포장한 새송이들은 평균 한 시간 거리의 광주· 목포·순천 등 4개 이마트 매장으로 보낸다. 나 사장은 “정성 들여 기른 버섯을 가장 신선한 상태로 고객에게 팔 수 있어 흡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세와 상관없이 연중 안정되게 납품할 수 있는 곳이 있어 품질에만 신경 쓸 수 있는 점도 좋다”고 덧붙였다.

‘로컬푸드’가 뜬다
매장 근처서 생산한 제품 당일 아침에 바로 판매
갓 수확한 거라 신선도 높고 유통단계 줄어 가격도 저렴
대형마트, 직거래 농가 늘려 지자체도 관련 조례 제정



1일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 매장에서 한 고객이 상추·깻잎 등 인근 농장서 키운 로컬 푸드를 살펴보고 있다. [완주=조혜경 기자]
 같은 날 전북 전주의 4900㎡(약 1만5000평) 규모 미나리농장. 37년째 미나리를 재배하는 김명복(59)씨가 그날 딴 미나리 250~300g짜리 80~100봉을 직접 20분 거리인 이마트 전주점에 들고 와 진열하고 있다. 김씨는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아 시세보다 30% 정도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전주점의 로컬푸드 매장을 찾은 주부 한지영(33)씨는 “다른 곳에서 사는 채소보다 훨씬 신선해 보이고 가격도 저렴한 것 같다. 이런 코너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80㎡(약 85평) 규모로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하는 전북 완주의 용진농협. 평일엔 하루 평균 1000명, 주말엔 1500~2000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농가 200여 곳이 매일 오전 9~10시에 직접 재배한 계란·채소류·장류·무말랭이 등 100여 품목을 직접 가져와 진열해 놓는다. 농민들은 매장 안 폐쇄회로TV(CCTV)를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스마트폰 앱을 활용, 매장의 재고가 떨어지면 다시 물건을 가져다 놓는다. 가까운 곳에 농장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로컬(local)푸드’가 확산 중이다. ‘농산물이 생산된 장소와 가까운 곳에서 소비하자’는 의미인 로컬푸드는 농산물의 운송거리를 줄여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켜 환경을 보호하고 유통단계를 줄여 싸고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는 두 가지를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천안에서 생산한 오이 1㎏을 기존 방식으로 유통하면 300㎞ 이상의 이동거리가 발생하고 최소 40g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하지만 생산자 직거래로 인근으로 유통하면 20㎞ 정도만 옮기면 돼 3g 미만의 온실가스만 배출하게 된다.





 로컬푸드는 당일 새벽에 매장 근처에서 생산자가 수확한 제품을 생산자가 직접 인근 매장에 진열·판매하는 방식이다. 중간유통단계와 물류비 등을 줄여 상품을 10~30%가량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 특히 빈번한 이상기온 탓에 더욱 심해지는 채소류의 널뛰기 가격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신선함도 장점이다. 보통 산지에서 재배, 수확한 뒤 수도권의 경매시장으로 올려 보냈다가 다시 지방으로 보내려면 최소 24시간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로컬푸드 제도는 인근 30분~한 시간 거리 매장에서 직접 물건이 온다. 신선함이 생명인 계란·상추·딸기·미나리에 특히 효과적이다.



 대형마트로는 처음 2009년 대구와 광주 지역에서 농가 10여 곳을 시작으로 로컬푸드를 도입한 이마트는 소비자와 농민들의 반응이 모두 좋자 2010년엔 참여 농가를 35곳, 지난해엔 51곳으로 늘렸다. 올해는 60곳의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2010년 19억원이었던 매입 금액도 올해는 12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롯데마트도 2010년 시작한 로컬푸드 제도가 꽤 자리를 잡았다. 롯데마트 포항점과 전주점 인근 30분 거리 양계장에서 생산한 것을 판매하는 계란 상품은 풀무원·CJ 같은 전국 브랜드보다 두 배 더 잘 팔린다. 포항점에서 파는 30분 거리 농가의 ‘갈평 버섯’ 제품도 전체 버섯 매출 중 45%로 판매 1위다.



 롯데슈퍼 역시 최근 로컬푸드운동에 뛰어들었다. 지난 18일부터 경기도 동두천시 생연동에 있는 동두천점이 인근의 포천·연천 등지에서 생산한 시금치·상추·열무·부추 등 채소 11개 품목과 계란 2개 품목을 공급받아 판매 중이다. 이 점포는 다음 달 딸기·토마토 등이 출하되면 이 역시 주변 과수농가로부터 공급받아 팔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도 나서고 있다. 원주·완주·김제·청송·평택에서 로컬푸드 관련 조례를 제정했 다. 그러나 걸림돌도 있다. 곽대환 이마트 채소 바이어는 “우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는 믿을 만한 농가 발굴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농가들이 산지 가격이 높을 땐 경매장을 선호하고 산지 가격이 낮을 땐 로컬푸드로 바꿔 타는 현상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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