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日 파나소닉 사장 "우리는 루저" 굴욕적 발언

중앙일보 2012.11.02 00:34 경제 3면 지면보기
일본 도쿄의 가전매장에서 1일 한 소비자가 파나소닉 텔레비전 진열대를 둘러보고 있다. 파나소닉은 이날 올해 적자가 7650억 엔에 달할 것으로 발표했고 주가가 20% 가까이 폭락했다. [도쿄 AFP=연합뉴스]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일본 가전업체들이 끝 모를 추락의 수렁에 빠졌다. 일본 가전업계의 맏형을 자임하는 파나소닉마저 올해 7650억 엔(약 10조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니는 다각적인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옛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고, 샤프는 파산을 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처지다.

수렁에 빠진 일본 3대 가전업체
쓰가 사장“정상적인 상태 아니다”
산요전기 인수 실패로 손실 키워



 2일 도쿄(東京) 증권거래소에서는 개장 직후 파나소닉에 대한 ‘묻지마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단숨에 19.45% 폭락했다. 주가는 전날보다 가격제한폭(100엔)까지 내린 414엔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전날 파나소닉이 2012회계연도(올해 4월~2013년 3월 말) 실적 전망치 발표에서 당초 예상을 뒤집는 대규모 적자를 예고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파나소닉은 올초 순익 전망치를 500억 엔 흑자로 예상했으나 수정 전망에서 7650억 엔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나소닉은 1950년 이후 63년 만에 처음으로 배당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파나소닉 투매 사태는 이 회사의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회복되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이 회사 쓰가 가즈히로(津賀一宏·56·사진) 사장은 전날 실적 발표 회견에서 “우리는 디지털 가전 분야의 루저”라며 글로벌 경쟁에서의 완패를 시인했다. 일본 가전업계 맏형인 파나소닉의 최고경영자(CEO)로선 굴욕적인 발언이다. 그는 더 나아가 “파나소닉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며 “투자판단이나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 생각한 대로 되지 않으면서 손실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실패는 2010년 산요(三洋)전기를 인수한 일이었다. 산요전기는 이미 경쟁력을 잃고 파산 위기에 몰렸지만 강점을 결합하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산요의 강점으로 꼽혔던 태양전지와 리튬이온전지 분야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손실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 근본적인 배경은 파나소닉의 주력 제품이 글로벌 경쟁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평판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설비 투자를 확대했지만 번번이 수지를 맞추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파나소닉은 경영 혁신을 위해 지난해와 올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산요 인수에 따른 비용처리와 구조조정에 쓴 돈만 지난해 7640억 엔에 달했고 올해도 4400억 엔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경영이 악화하자 일본 산업계 전체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쓰가 사장은 “경영 계획도 잘 짰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실적이 악화됐다”고 말해, 현재로선 마땅한 돌파구가 없음을 실토했다.



 2일 발표된 샤프 실적 전망치도 최악이다. 샤프의 2012회계연도 실적 전망치는 4500억 엔의 적자로 당초 예상(2500억 엔)을 크게 상회했다. 지난해에도 3760억 엔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샤프는 감원과 공장 폐쇄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삼성전자·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강자들의 위세에 눌려 회생이 지연되고 있다. 소니는 최종 손익이 200억 엔 흑자로 예상됐지만 이렇다 할 간판 상품이 없어 글로벌 시장에서 계속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더욱 강력한 구조개혁과 상품 개발만이 일본 디지털가전 업계의 비상 탈출구”라고 말하고 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