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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저축 수익률, 펀드 > 신탁 > 보험

중앙일보 2012.11.02 00:28 경제 1면 지면보기
2005년 2월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한 직장인 조모(36)씨는 최근 적립금을 확인하고 씁쓸해졌다. 그동안 다달이 부어온 돈이 1860만원인데 적립금이 2027만원에 불과했다. 그는 “가입한 지 7년이 넘었는데 연평균 수익률을 계산하면 1.28%에 불과하다”며 “지금 해지하면 그동안 소득공제 받은 걸 환급해야 한다고 해서 그러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홈피에 성적표 공개
손보 -1.9% 생보 3.46% 그쳐
사업비 미리 떼 수익률 저조
자산운용사 펀드 6.9% 선방

 연금저축 상품의 성적표가 공개됐다. 금융감독원이 1일 홈페이지(www.fss.or.kr)에 621개 연금저축 상품의 수익률과 수수료율 등을 공시했다. 금융회사의 모든 연금저축 상품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공시 자료는 이번에 처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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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반적인 수익률은 실망스럽다. 연평균 수익률이 정기 예·적금보다 낮은 상품이 수두룩하다.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상품의 경우 36개 상품의 평균 연평균 수익률이 4.16%다. 생명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90개, 연평균 3.46%)이나 손해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237개, -1.90%)은 수익률이 더 보잘것없다. 그나마 자산운용사의 연금저축펀드가 157개 상품에서 연평균 6.90%의 수익률을 올렸다. 업계에선 “최근 10년 사이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140%를 넘는 걸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표”라는 반응이다.



 초기에 사업비를 많이 떼는 보험사 상품 중에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도 많다. 특히 손해보험사별로 가장 많이 판매한 상품의 수익률을 확인해 보니 9개 손보사 가운데 7개사 상품의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대개 출시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상품이었다.



수익률이 가장 낮은 롯데손해보험의 ‘3L명품 연금보험’(-9.53%)과 LIG손보의 ‘멀티플러스연금보험(9.43%)’은 지난해 출시됐다. 생명보험업계에서 수익률이 낮은 편인 IBK생명의 ‘IBK연금보험(-3.65%)’, ING생명의 ‘세태크 플랜 연금보험(-3.40%)’은 모두 2010년 나온 상품이다.



 보험사는 “초기 사업비를 많이 떼는 보험 상품의 구조상 출시한 지 얼마 안 된 상품은 납입 보험료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김영산 손해보험협회 팀장은 “이번 공시에서 추산된 20, 30년 수익률은 회사마다 200%를 넘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 투자를 전제로 가입하는 연금저축 상품 수익률을 1, 2년 만에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장기 투자로 인한 과실을 기다리지 못하고 중도 해지하는 소비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연금저축상품의 10년 계약유지율은 평균 52.3%에 불과했다. 가입자 절반 정도가 10년을 기다리지 못하고 상품을 해지하는 것이다. 특히 알리안츠생명의 ‘나이스플랜연금보험’은 5년 유지율이 57.0%, 10년 유지율이 14.7%에 불과했다.



 감독 당국은 연금저축의 경우 섣불리 해지했다간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흥찬 금융감독원 복합금융감독국장은 “연금저축은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며 “하지만 가입한 지 10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해지하면 기타소득세(주민세 포함 22%)를 내야 하고, 5년 이내 해지하면 가산세(2.2%)까지 물린다”고 말했다.



 수익률이 성에 차지 않으면 상품을 갈아타면 된다. 계약이전 제도를 활용하면 세제상 불이익 없이 다른 금융회사로 계약을 이전할 수 있다. 주식 시장이 활황일 땐 연금펀드로, 주식 시장이 불안할 땐 연금보험으로 갈아타는 식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도 있다. 박 국장은 “상품별 수익률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된 만큼 운용 실적이 좋은 상품에 적립금을 이전하기도 더 쉬워졌다”고 말했다.



연금저축 10년 이상 돈을 납입하고 55세가 넘은 뒤 연금 형태로 돈을 받는 저축이다. 상품 취급처에 따라 연금저축신탁(은행)·연금저축보험(보험사)·연금저축펀드(자산운용사)로 나뉜다. 연금저축의 가장 큰 매력은 소득 공제 혜택이다. 2001년 출시 땐 연간 300만원까지만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난해 한도가 400만원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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