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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K팝처럼 런던 사로잡은 ‘K디자인’

중앙일보 2012.11.02 00:04 경제 10면 지면보기
이태용
한국디자인진흥원장
‘강남스타일’ 열풍이 거세다. 팝음악의 본고장 영국에서 1위를 차지했고, 세계 음악시장의 중심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는 6주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인만의 열정과 개성을 녹인 음악과 춤으로 전 세계인을 열광시키고 있는 것이다.



K팝과 함께 우리가 자랑스럽게 세계 속에 내놓을 수 있는 또 다른 분야가 있다. 바로 디자인이다.



 지난 9월 19일 영국 런던에서는 ‘밀란 가구박람회’ ‘파리 메종 앤드 오브제’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전시로 꼽히는 ‘100% 디자인 런던’이 열렸다. 전시 4일 동안 1만4000여 명이 한국관을 찾았다. 전체 관람객의 70%로 한국 디자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는 수치다. 한 디자이너는 세계적 패션 브랜드 캘빈클라인과의 콜래보레이션(협업)을 제안받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는 세계 속에 일고 있는 한국 디자인의 물결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디자이너 최민규씨는 아이디어 하나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인들이 60년 이상 쓰던 투박한 직육면체 모양의 전기 플러그 역사를 새로 썼다. 기존 플러그에 달린 3개의 핀 중 나란한 2개의 핀을 돌리고 접어 1cm 두께로 만든 ‘접이식 플러그’를 고안한 것이다. 이 디자인으로 그는 ‘디자인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브릿인슈어런스상’을 수상했다.



 한국 디자인은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우리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의 디자인 투자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 중 전문 디자이너를 고용하거나 외부 디자인 전문가를 활용하는 회사는 12.8%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에 시사점을 던져주는 기업이 있다. 디자인 중심의 제품 개발로 혁신을 이룬 영국 ‘다이슨’이다. 다이슨은 진공청소기와 선풍기에 당연하게 여겨지던 먼지주머니와 날개를 없애 세계를 놀라게 했다. 종업원 수는 3000여 명으로 큰 규모라 할 수 없지만 그중 제품 개발인력이 1500명으로 전체의 50%를 차지한다. 개발인력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개발부서의 명칭은 ‘RDD(Research & Development & Design)’로 기존 R&D에 디자인을 더했다. 매출의 20%를 이 RDD에 투자한다. 그 결과 다이슨은 이제 진공청소기 전 세계 점유율 1위, 자산가치 14억5000만 파운드(약 2조56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한국 디자인도 이제 K팝처럼 ‘K디자인’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성장시켜 나가야 한다. K디자인이라는 고유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향평준화된 디자인 품질 확보가 필수다. 이러한 품질 확보의 핵심은 중소·중견기업의 디자인 수준 향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젠 우리 중소·중견기업들도 디자인이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인식을 갖고 디자인이 주도하는 창조적 혁신을 전략적으로 추진할 때다. 창의와 혁신의 K디자인으로 미래를 준비하자.



이태용 한국디자인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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