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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고 솔직하게 말하라

중앙일보 2012.11.02 00:03 종합 34면 지면보기
여야 대선 후보들의 복지 확대 공약이 줄을 잇고 있지만 정작 그러한 복지 지출을 뒷받침할 재원 마련 방안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건전재정포럼은 그제 여야가 내놓은 대선 공약대로 복지 지출을 늘리면 매년 약 15조원가량의 재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확실하게 밝힌 재원 조달 방안을 빼면 대략 이 정도의 돈을 메울 방법이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건전재정포럼이 집계한 향후 5년간 공약사업 규모는 새누리당이 75조3000억원이고, 민주당이 그 두 배가 넘는 164조7000억원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여기다 추가로 기초노령연금을 두 배로 인상하고, 아동·청년구직자·실직자에게 매달 10만~50만원씩을 주겠다는 복지공약을 내놨다. 여기에만 연간 약 20조원이 더 들어가는 공약이다.



 문제는 퍼주겠다는 공약은 확실하고 구체적인 반면 어디서 그 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은 없거나, 계획이 있어도 불확실하거나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건전재정포럼은 비교적 조달방법이 확실하다고 본 재원을 제외하면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자금 가운데 연간 8조~24조5000억원가량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했다. 발제를 맡은 강봉균 포럼대표(전 재정경제부 장관)는 “양당이 연평균 15조원가량을 추가로 조달할, 명확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국민을 상대로 발표한 공약은 모두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후보는 복지 확대와 재정건전성을 동시에 담보할 확실한 증세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여야는 모두 일반 중산층·서민에 대한 증세 없이 예산 절감과 부자 증세만으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지만, 보편적 증세 없이는 재원을 조달할 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강 전 장관은 현행 10%인 부가가치세율을 12%로 올리면 부족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야당이 제시한 부자 증세만으론 한계가 있으니 징세효과가 확실한 부가세를 올리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을 향해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고 솔직하고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지도자만이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국가재정을 거덜내지 않으면서 복지 지출의 재원을 마련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고, 증세를 한다면 부가가치세 인상이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야 대선 후보는 증세만큼은 한사코 입에 올리지 않으려 하고 있다. 특히 부가세 인상에 대해서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계산이다. 새누리당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부가세율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고, 안철수 후보는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는 보편적 증세가 불가피하다”면서도 구체적인 증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유권자가 구체적인 증세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 공약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표로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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