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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히든 챔피언’ 중소기업, 세계로 가는 지름길은

중앙일보 2012.11.02 00:03 경제 10면 지면보기
강성욱
GE코리아 사장
2009년 215.6%, 2010년 61.5%, 2011년엔 73.6%.



 한 국내 중소기업의 경영 실적이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이랬다. 수치 자체도 대단하지만, 이 같은 실적을 거둔 시기가 바로 미국·유럽발 경제위기로 전 세계가 시름할 때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주인공은 2차 전지 및 핵심소재 생산장비 중소기업인 P사다. 이 기업은 원천기술 확보와 선도적인 개발로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소재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해 국내 대기업은 물론 미국·일본 등 해외 기업으로까지 협력 대상을 늘림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를 구축했다.



 이런 성장을 가능케 한 요인 중 하나로 부품소재 산업의 특징이 있을 수 있다. 부품소재는 기술 모방이 쉽지 않고 제품의 생애주기 또한 상대적으로 긴 편이라서 P사처럼 원천기술을 확보할 경우 선두에 올라서면 오랜 기간 동안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부품 소재 기업들은 고용 효과가 뛰어나고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도 제조업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따라서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관점 속에서 부품소재 중소기업의 글로벌화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식경제부와 KOTRA의 ‘글로벌 파트너링(GP)’ 사업은 이런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GP는 2009년부터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이다. 글로벌 기업의 수요를 발굴해 국내 중소기업과 연결하는 식으로 국내 부품업체들과 글로벌 기업 간의 공급계약 체결을 지원하는 데서 나아가 글로벌 기업의 제품 개발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 기관이 지원을 한다. 유망 중소업체에 대해 연구개발(R&D)을 지원해 주는 것은 부품 소재업체들의 기술역량을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다.



실제 GP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화학기업인 A사와 5년간 3000만 달러(약 330억원) 규모의 납품계약을 체결한 H중소기업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A사로부터 유럽 및 미국 수출용 자동차 풍절음 방지 테이프 공동 R&D를 제의받는 등 추가적인 성과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중소기업들은 글로벌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정보 부족’을 꼽은 바 있다. 해외로 진출하고 싶어도 해외 시장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독일(80%)이나 대만(56%)보다 낮은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30%)에서 이 같은 현실이 잘 드러난다. GP와 같은 프로그램은 풍부한 시장 정보와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과 국내 유망 중소기업을 연결해줘 이러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시행착오와 비용·시간을 줄이고 이미 글로벌 기업이 확보한 공급망 채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술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집중할 수 있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일본의 수출을 견인한 것은 완성품 업체가 아니라 부품소재 관련 기업들이었다. 또한 중소기업 강국으로 유명한 독일의 경우 전체 독일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400만 개 중소기업들이 독일 전체가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절반 이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독일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한국에 이어 무역의존도가 둘째로 높은 국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굳건히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중심으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한 부품소재 중소기업이 있었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담론과 결부돼 동반성장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동반성장’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기도 한다. 한국이 오늘날 반도체·스마트폰·자동차 등 첨단기술이 집약된 제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된 것은,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내 중소 부품소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어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촉진하는 노력이 더욱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강성욱 GE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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