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과가 어땠을까? 한 학생의 소감문을 소개한다.
“처음엔 막막해 아버지에게 느닷없이 아버지의 인생은 어떠시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무슨 인생이냐고 반문하셨지만 꼭 필요하다는 나의 요청에 못 이겨 천천히 기억을 꺼내시기 시작했다. 처음엔 너무 낯간지러워 하시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 웃기는 이야기만 줄곧 하셨으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온 가족이 아버지 주변에 모여 들었고, 아버지와 배 아프게 웃으며 처음으로 이렇게 이야기한 것 같아 행복했다. 어른이셨기 때문에 항상 의젓할 것만 같았던 아버지가 어린 아이였을 때는 내 모습과 다를 게 없는 풋풋하고, 더 말썽쟁이였던 아버지의 유년시절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늦게 들어오시고 피곤해 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아버지의 환한 미소와 가족들의 미소를 보았을 때 이런 모습이 가족이구나 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느꼈으며 나도 모르게 행복해지는 마음을 느꼈다. 아버지,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버지입니다. 아버지의 아들인 제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릅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이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수년간의 이런 경험을 통해 대부분 학생들이 과제를 시작할 때의 마지못한 감정을 곧 벗어나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가족역사 과제가 다음과 같은 교육적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첫째, 사춘기 이후 거의 친밀한 대화를 한 적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부모와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기회를 준다. 둘째, 자료를 조사하고, 대화하고, 인터뷰하며, 역사를 기록하는 경험을 한다. 셋째, 성숙한 인간으로 철이 들게 해 부모님, 조부모님을 사랑하게 된다. 단절된 세대를 서로 잇게 한다.

나도 그런 학생들의 변화를 보면서 감사한다. 가족 역사는 매우 효과 있는 역사교육이자 인간교육임을 매번 확인한다.
이정은 대한민국역사문화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