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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양육교육 안 받곤 내달부터 이혼 못한다

중앙일보 2012.10.30 02:10 종합 1면 지면보기
결혼 15년째인 A씨(45) 부부는 지난 5월 협의이혼 절차에 들어갔다. 친권자 지정 등 법적 절차는 모두 합의했지만 걸림돌이 남았다. 아내 B씨(40)가 남편 A씨의 면접교섭(이혼 후 자녀를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양육비에 부모 행동까지 협의이혼 때 상담 의무화

 B씨의 태도가 바뀐 것은 법원의 ‘자녀양육안내’ 교육을 받은 뒤였다. 법원의 가사조사관은 이혼 후라 해도 부모의 역할이 정해져 있고, 자녀에게 부모가 존재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성장 후에도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결국 B씨는 한 달에 두 번씩 아이가 아버지를 만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는 가사조사관에게 “내 감정만 앞세우다 보니 아이까지 아버지를 미워하길 바랐던 것 같다. 잘못을 일깨워줘 고맙다”며 감사를 전했다.



 대법원은 미성년 자녀를 둔 협의이혼 당사자들이 ‘자녀양육안내’ 교육을 받아야만 이혼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지침을 11월부터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자녀양육안내’란 ▶부모의 이혼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 ▶자녀의 정서 안정을 위한 고려사항 ▶이혼 후 부모의 역할 분담 등에 관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전문가로부터 교육받는 것이다.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 양육비, 이혼 후 자녀의 복지 등에 관한 설명과 함께 당사자들 간의 협의도 도와준다. 2008년 각 가정법원에서 협의이혼 때 ‘부모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실시해 왔지만 권고일 뿐 의무사항이 아니었다.



 하지만 새 지침 시행 이후엔 반드시 교육을 마쳐야 3개월간의 이혼숙려기간이 시작된다.



 교육을 받지 않으면 숙려기간이 시작되지 않아 이혼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이혼 당사자들은 숙려기간 내에 ‘자녀 양육에 관한 협의서’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면 법원은 숙려기간이 끝난 뒤 ▶이혼의사가 합치하는지 ▶자녀양육 협의서가 적절한지 등을 판단해 확인서를 교부한다. 이 확인서를 첨부해야 관할구청이나 주민센터에 이혼신고를 할 수 있다.  



 서울가정법원 임종효 공보관은 “숙려기간 제도가 이혼 당사자들의 신중한 판단을 위한 것이라면 자녀양육안내는 이혼가정 자녀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것”이라 고 말했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협의이혼 건수는 12만6000여 건으로 10년 전보다 2.6배 정도 증가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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